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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권칠승 의원 "강력범죄 저지른 의료인 면허, 취소하고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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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정을 해보자. 어느 날 집으로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물이 날아왔다. 판결로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성범죄자로 신상공개 명령을 받은 명단에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포함돼 있다면 어떨까.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해당 병원을 찾을 환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당장 나를 진료하는 의사가 어떠한 범죄전력이 있는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환자들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모든 성범죄자가 신상공개 명령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밖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 의사가 형법에서 정한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았더라도 의사면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당 범죄전력은 외부로 공표되지도 않는다. 반면 판·검사, 변호사는 어떠한 범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이를 외부에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관보와 대한변호사회 홈페이지 징계정보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쯤되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 의사가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의사가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환자는 알 수 없는 걸까. 답은 우습게도 명확히 나와 있다. 법이 없기 때문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병)은 지난 8월 6일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법률안의 골자는 ‘특정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강력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의료인에 대해 일정기간 면허를 취소하고, 해당 정보를 공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얼핏봐도 당연히 존재해야 할 법이 뒤늦게 발의된 셈이다. 권 의원은 “지금까지 발의된 어떤 법률안보다 최소한의 것만 담았다”면서도 “통과가 쉽지 않겠지만 뚫고 나가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9월 16일 권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향신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6일 의원 사무실에서 의료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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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을 비롯해 여러 의원실에서 의료법 관련 개정법률안을 발의해왔지만 법이 통과된 사례가 드물다.

“산 넘어 산이겠지. 지금도 의사 진영을 뚫고 법을 통과시킨다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초당적인 설득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발의한 법은 특정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 즉 살인이나 집단강간, 강도상해 등을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일정기간 취소하고 이를 공표하자는 것으로 강력범죄에 한정된 제한적 법안이다.”

-특강법에 한정한 이유가 있나.

“이전에 여러 의원실에서 발의된 의료법 개정법률안들을 보면 쉽게 말해 통과되기 어려운 ‘쎈’ 법안들이었다. 성폭력 범죄로 공소제기된 시점부터 면허를 정지하거나,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았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법안은 현실적으로 통과되기가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특강법이 정한 범죄는 일반인들이 쉽게 저지르기 어려운 강력범죄들이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서까지 면허취소를 못하게 한다면 이건 말이 안 되지 않나. 국민의 법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 법이 통과되면 ‘왜 특강법으로만 한정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최소한의 면허정지 조건과 이를 공표할 수 있는 틀이 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에 특강법에 우선 한정시킨 것이다.”

-의사단체의 반발이 있었을 텐데.

“발의하기 전까지만 해도 공동발의를 해준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 주저하는 분들이 계셨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발의하고 하루 만에 깨지지 않았나.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까 걱정했지만 막상 큰 반발은 없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의견서가 한 차례 공문으로 왔다. 급히 써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주장들만 나열돼 있었다. 예를 들어 수면마취제를 투여해 수면 중인 여성환자를 의료진이 강간했을 경우는 특강법 적용이 어려운데 사실상 적용하기 어려운 법을 가져다 과잉처벌 법안을 만들었다는 식이다. 항거불능 상태가 된 여성을 강간한 것이 어떻게 특강법상 강간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법안이 공론화되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반드시 통과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상임위에 올라가면 충분히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법을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특수강력범죄자들인데 그들에게 진료를 맡긴다는 게 상식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말이 되나. 아동청소년성폭력 범죄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버젓이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의사면허까지 박탈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형이 확정된 성범죄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년간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법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법개정을 통해 ‘10년’이라는 기간 조항이 최대 시한으로 개정되면서 위헌논란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발의한 법은 그것보다 좁게 적용해 특강법상 강력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 3년 내지 5년의 면허정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소지는 없앴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형법상 죄를 지어 처벌받은 자에 대한 면허취소는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법조항에 있다가 삭제된 것이다. 이번 법안은 그 중 일부를 복원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들은 이중처벌을 해도 되고, 의사는 안 된다는 말인가. 이중처벌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징계 정보를 공개한다는 부분이 의사단체로부터 더 많은 반발을 살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른 의료진에 대한 정보는 환자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보건복지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동안 단 한 번도 정보공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처음 발의했다. 2018년 7월 국무총리 소속 소비자정책위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법위반 사실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지만 1년이 지나도록 발의조차 되지 못했던 부분이다. 우리는 일단 법 통과를 통해 틀만이라도 잡아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의 의료법은 지나치게 의사 편의주의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거기다 의사면허는 절대로 못건드리게 돼 있고,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돼 있는 건 당연히 바꿔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의원님은 보건복지위 소속이 아니지 않나. 왜 이 법안을 발의하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발의 후 의사단체의 반발로 깨지는 상황을 보며 엄청나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재발의 요청이 왔을 때 ‘하루 이틀 지켜보자’고 관망하는 사이 법안이 재발의됐다.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정말 창피하다. 우리 이렇게 살지 말자’라고 이야기했었다. 이를 계기로 의료법을 들여다보게 됐고, 들여다보면 볼수록 보이는 문제점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여담이지만 후원이 끊기거나 그럴 가능성은 없나.

“의사단체로부터 특별히 후원받는 것도 없지만,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은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다. 그런 반발이 무서워 해야 할 것을 안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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