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5126061 1182019092155126061 01 0101001 6.0.14-RELEASE 118 오마이뉴스 0 related

"검찰의 선택적 정의 개탄" 임은정 검사의 일침이 의미하는 것

글자크기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3.1%p, 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7%)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0%, 부정평가는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응답자들은 문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로 '인사 문제'(29%)를 꼽았다. 인사 청문회와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이 조 장관 임명 이후 국정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바다.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조 장관 임명을 결단한 이상 민심이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의 파상 공세와 언론의 의혹 제기,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 장관 임명을 결행한 것은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간절하다는 방증일 터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봤다"(238쪽), "'검경 수사권조정' 문제를 사법개혁 특 속에 넣어서 사법개혁과 함께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452쪽)고 하는 등 참여정부 당시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것을 대단히 안타깝게 술회한 바 있다.

당시 맛봤던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열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순위가 검찰개혁인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조국 논란', 검찰 개혁 집어삼키나

검찰개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평가다. 수사기관이면서 동시에 사정기관인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해왔다. 무엇보다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통제받지 않는 검찰의 광폭 행보가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중 으뜸은 검찰의 정치화다. 정치권력의 비리를 발본색원 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권력을 지키는 칼로, 방패로 쓰이기 일쑤였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봐주기 수사, 편파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은 그동안 수없이 목도해 온 낯익은 장면들이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30기)는 이같은 정치 검찰의 행태를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해 온 인사 중 하나다. 임 부장검사의 쓴소리는 외부가 아닌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고소장 위조 검사' 사건과 관련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전 부산고검장, 조기룡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고발해 화제가 됐던 임 부장검사가 20일 검찰의 행태를 다시 한 번 비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오마이뉴스

▲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고소장 위조 검사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것과 관련해 "(위조 건이) 경징계 사안이라는 납득 불가능한 이유로 기각했다고 들었다"고 꼬집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거론하며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과 2015년 서울남부지검 검사 성폭력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검찰 간부 등이 "계속 거짓말을 했는데 아무도 분노하지 않았고, 그들이 아직까지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검찰 권력에 외력을 행사해주지 않으면 지금처럼 내부비리에 침묵하고 그것을 은폐하면서 오염된 손으로 사회를 수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서도 의미심장한 일침을 날렸다. 그는 "사립대 교수의 사문서 위조 사건을 검찰 특수부에서 압수수색까지 했는데, 같은 고발인으로서 그 사건 고발인들이 참 부럽다"면서 "검찰의 조직적 은폐 비리인 제 사건은 고발장을 냈는데도 검찰이 수사를 안 해 경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 지 2년여가 지났는데도 내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경찰에 와야 하니 슬프다"고 검찰 수사를 애둘러 비판했다.

임 부장검사는 앞서 7일에도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 기소한 것과 관련해 "2015년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다 조사하고도...(중략)...그 고발사건을 중앙지검이 1년 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들에 대하여는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하여 파헤치는 모습은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어 익숙하긴 한데, 너무 노골적이라 당황스럽다"며 "검찰이 사건 배당과 투입인력으로 장난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검찰의 정치개입이 참 노골적이다 싶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바 있다.

임 부장검사의 내부고발이 아니더라도 검찰의 정치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가열차다. 노골적인 정치 수사, 중립성이 의심되는 편파·봐주기 수사, 조직 이기주의의 결정체인 제 식구 감싸기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전가의 보도인 수사·기소권을 활용해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깊숙이 개입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찰에 대한 신뢰는 말 그대로 바닥이다. 검찰은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떡찰', '떡검', '검새', '색검', '섹검' 등의 낯뜨거운 별칭은 땅에 떨어진 검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의롭고 공정한 법집행을 해주기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바람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를 보여온 후과다.

'조국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논란이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구도로 비화된 데다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까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조 장관의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가 난 것도 검찰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야당이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개혁 법안에 순순히 협의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정국의 블랙홀이 돼버린 '조국 논란'이 자칫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의 당위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서다. 임 부장검사의 쓴소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에 검찰개혁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검찰을 향해 개혁에 적극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임 부장검사의 섬뜩한 경고처럼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분노, 선택적 정의" 관행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용공조작사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표적 수사, 미네르바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수사, 김학의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한상률 국세청장 그림로비 사건, 그랜저 검사 수사, 파이시티 인허가비리 사건, 이상득 전 의원 정치비자금 사건, BBK 사건,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정치 검찰의 행태는 일일히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차고 넘친다. 고인 물은 썩게 돼 있고, 통제 받지 않는 조직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정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조국 논란'과는 별개로 검찰개혁의 당위와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일 터다. 정치 검찰의 "오염된 손으로 사회를 수술"하는 비극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최봉진 기자(jinijota@gmail.com)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