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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의 고립 전략과 홍콩 민주화 시위 사이에 있는 타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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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 남태평양에 있는 인구 11만의 조그만 나라입니다. 하지만 타이완에게는 16개밖에 남지 않은 수교국 중의 하나입니다. 키리바시는 중국과 먼저 수교를 맺고 있다가 2003년 중국과 단교하고 타이완으로 선회했습니다. 그런데 16년만에 키리바시가 어제(20일) 타이완에게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중국과 다시 수교를 맺기 위해섭니다.

이보다 나흘 앞선 지난 16일에도 솔로몬제도도 단교를 통보했던 만큼 타이완 정부로서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타이완의 외교부장 우자오셰는 "키리바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키리바시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반색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지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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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었던 타이완…이제는 15개 수교국만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의 단교로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는 15개국으로 줄었습니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취임한 이래로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상투메프린시페, 파나마,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등 7개국이 타이완과 단교했습니다.

타이완은 중국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배하면서 1949년 지금의 섬으로 쫓겨났지만, 정통 정부라는 '중화민국'으로 유엔 창설 멤버이자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 이사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이 세력을 넓히면서, 중화민국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1971년 10월 25일 유엔 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대표가 유엔에서 합법적으로 중국을 대표한다"는 '제2758호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밀려 중국 대표권이 중화민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후 타이완은 1979년 미국과, 1992년 우리나라와 단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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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은 타이완이 중국의 고유한 영토로, 나눌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외교 관계에 있어서도 수교를 맺으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과 수교를 하고 있는 나라들에는 경제력을 앞세워 타이완과 단교할 것을 회유하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전략입니다.

타이완과 수교하고 있는 나라들이 원조에 기대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전략은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솔로몬제도도 타이완과의 단교에 앞서 중국과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들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지원과 성과를 조사했습니다.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대해 수교 시 개발기금 850만 달러, 약 101억원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 중화권 매체는 솔로몬제도의 한 의원이 중국으로부터 100만 달러, 약 11억 9천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 '외교적 고립' vs '홍콩 민주화 바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단교를 보도하며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이 집권하게 되면 타이완은 외교 수교국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타이완 독립과 분열의 공간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키리바시 외에도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0월1일 이전까지 남태평양 또는 카리브해 연안국가 가운데 추가로 타이완과 단교를 선언하는 나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등을 이유로 타이완 여행 금지령과 군사 훈련의 방법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에게 수교국이 줄어드는 것은 뼈아픈 일입니다. 타이완 야당인 국민당은 그동안 차이 총통의 외교능력을 비판해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라는 우려를 내세워 더욱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의 재선을 반대하는 중국이 노리고 있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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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집권 민진당 지지자의 결집을 더욱 자극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차이 총통은 침체된 경기와 경색된 양안 관계로 심각한 지지율 하락을 겪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지방선거의 민진당 참패로 이어졌습니다. 민진당은 22개 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6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국민당은 15석을 얻었고, 수도 타이베이는 무소속 커원저가 재선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에 빈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타이완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과 양자 대결에서 차이 총통이 35.9%, 한 시장이 45.2%로 10%p나 뒤졌습니다. 하지만,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이후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6월 18일 조사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 박빙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8월 초에 차이 총통이 앞서기 시작하더니 지난 17일 조사에서는 차이 총통이 37.7%, 한 시장이 25.5%로 나왔습니다.

타이완에서는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란 발언을 한 이후,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국양제'의 상징인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가 격화되면서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일국양제' 방식의 통일에 대한 의구심과 거부감이 급속도로 커졌습니다. 타이완에서도 홍콩 시위 지지 시위가 벌어졌고,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타이완에 와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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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은 홍콩 시위를 공개적으로 강력히 지지하고, 또 중국의 각종 압력에 단호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반면, 양안관계 회복에 방점을 둔 한궈위 후보는 지난 6월 '홍콩 시위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가 큰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타이완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궈타이밍 훙하이정밀공업 창업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부동층이 늘어난 것은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차이 총통이 유리한 상황입니다. 다만, 타이완 대선이 다가올수록 중국의 노골적인 영향력 행사도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타이완 민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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