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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②흥청망청 국책사업에 드리운 권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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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단독 보도로 인건비와 장비 구입비, 그리고 밥값과 술값으로 5년 동안 6백억 원을 허투루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단(이하 ATEC)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 이 사업이 어떻게 시작됐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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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산을 편성해 공모했고, 참여한 연구기관 두 곳 가운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제안서를 낸 사람이 A 박사라고 말했습니다. A 박사는 실제로 ATEC 사업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사실상 5년 동안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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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A 박사는 2014년 공모 당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속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소가 사업을 따낸 뒤인 2015년 후반에 연구소에 입사했습니다. 연구소에 입사할 당시에는 수당을 포함해 연봉이 1억 정도였는데, 사업단이 생기고 나서는 3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하게 뛴 인물이기도 합니다. YTN이 확인한 결과, 조선공학 박사도 아니었습니다. 부산대에서 박사 공부를 했지만, 수료만 했고 박사 학위는 따지 못했습니다. A씨는 대체 누구일까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추후, A씨는 전기전자공학 분야는 박사 학위가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취재했습니다. A씨의 전공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분야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중소 조선사에서 긴 기간은 아니지만, 전무를 지낸 경력이 있었습니다. 이 경력을 활용해 부산대와 목포대 산학협력단에서 연구 교수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 타이틀을 활용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 사업의 자문 활동을 하게 됩니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 전문위원으로 자문 활동을 하며 인맥을 더 넓혔습니다. 지식경제부, 바로 이 사업을 공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입니다.

그리고 산업부가 사업을 공모한 2014년, A씨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플랜트 분야 기술별 수립팀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국가의 장기적인 R&D, 연구개발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각 부처 장관으로 구성돼있지만, 세부적인 그림은 민간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그렸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그린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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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의회 자문활동을 하던 A씨는 2015년 후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입사했고, 사업을 전담할 사업단이 만들어지면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습니다. 이때 A씨가 한 말이 있다고 합니다. 사업단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사업을 따왔다고 자랑했다는 겁니다. 6백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었던 건 본인이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과 인맥을 맺고 있었고, 자신이 힘을 쓴 덕분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YTN이 취재를 시작하자, A씨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자신을 모함하려는 일부 직원들의 얘기라는 겁니다. 사업을 따낸 과정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연구소의 B박사가 도와달라고 해서 나중에 연구소에 들어가게 됐다는 겁니다. 또,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는 기자재 담당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연구 사업 선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연구소에서 이 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직원, 사업단장이었던 B 박사 역시 이 사업 공모 기획서를 만든 건 A씨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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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YTN 취재진에게 이렇게 해명한 지 하루 만에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공모에 참여할 때 A씨는 없었고, 나중에 참여했는데 너무 옛날 일이라 잘못 알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단순 실수인 걸까요? 직원들 여러 명이 들었다는 A씨의 말은 그냥 허풍이었을까요?

하지만 설명을 번복한 시점을 포함해 사업 선정 과정은 여전히 석연치 않습니다. 별도 위원회가 사업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참여 위원들이나 심사 과정,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답니다. 게다가 YTN이 취재한 6개월 동안 산업통상자원부나 해양플랜트연구소의 상급 기관인 해양수산부에서는 이 사업의 총괄이 A씨라고 여러 차례 확인해줬습니다. 실제로 YTN 취재 과정에서 사업의 예산 집행과 장비 구입, 사업단 구성원을 영입해온 과정, 이 모든 걸 가장 자세히 알고 설명해준 사람 역시 A씨였습니다. 단장을 맡은 B박사는 실제로 사업 기간 내내 대전에 있는 연구소에서 근무했고, 부산에 있는 사업단의 사업 총괄자는 A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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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말입니다. A씨가 사업단 직원들에게 말했다던 그대로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 과정에서 A씨의 인맥이 작동했던 건 아닐까요? 엄밀히 말해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는 A씨가 이 사업을 맡아 예산 6백억 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게 정권의 영향은 아니었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ATEC 사업단은 해산했고, A씨는 밖에서 회사를 차렸습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여전히 있고, 의문도 해소되진 않았지만, 더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취재능력의 부족일 수도 있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 정보를 취재진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A씨의 해명대로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한 사업인데, 중간중간 잘못된 설명 탓에 오해로 빚어진 의혹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도 취재 후기로 이런 과정을 쓰는 건, 만에 하나라도 예산 수백억 원을 허투루 쓰게 된 배경에 권력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 재발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최소한 이 글을 보고 '뜨끔'하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행동을 조심하게 되겠지요. 또, 정말 부적절한 과정이 있었다면, 이 글이 진실을 밝혀내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거액이 들어가는 국가 R&D 사업이 좀 더 깨끗하고 투명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취재진의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오해로 빚어진 일이라면 개인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부득이하게 당사자들을 익명 처리합니다.

## 이정미[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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