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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서 주목도 높여가는 아시아계 비주류 ‘앤드루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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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자녀 대만계 사업가, ‘지지율 3%’ 민주당 후보로

성인에 매달 1000달러 지급…‘보편적 기본소득’ 핵심 공약

인간적 모습 알리며 ‘선전’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쟁쟁한 주자들이 경쟁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는 아시아계 후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대만계 사업가 앤드루 양(44)이 진보적 공약, 참신한 선거운동 방식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군소 후보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3% 지지율’을 넘겼으며,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달 1000달러(약 119만원)의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지급한다는 그의 핵심 공약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감이 커져가고 있다.

양은 여러 면에서 미국 정치의 주류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부모가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자의 자녀다. 브라운대와 컬럼비아 로스쿨 졸업 후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벤처 창업 지원기관을 운영했지만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사업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지만, TV 프로그램을 진행해 인지도가 높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양은 2017년 11월 ‘사람이 먼저(Humanity first)’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4월 기술 혁명과 기본소득을 다룬 책 <보통사람들의 전쟁>을 펴냈다. 그는 책에서 2016년 대선 민주당 패배를 두고 기술 혁명으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무역정책과 이민자를 탓하며 트럼프 지지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말고 평균수명, 정신건강 등 웰빙 지표를 중시하는 인본자본주의, 새로운 시민정신 등을 이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책은 지난 1월 국내에도 번역·출간됐다.

그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핵심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소멸되는 시기 보편적 기본소득이 노동자를 구제할 수 있고, 자본주의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재원은 기술 혁명으로 이득을 본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에 세금을 걷어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사회적 디지털 통화’ 도입,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인 무상의료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정부 투자, 낙태권 보장, 성소수자 보호 등 진보적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에서 전과 없이 장기 거주한 불법 이주자들이 시민권을 딸 수 있는 ‘18년의 길’을 지지한다.

선거운동은 주류 매체보다 인터넷을 주로 활용했다. 농구를 하거나 춤추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고, 타운홀 미팅에선 총기사고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등 인간적 모습을 강조했다. 여러 인기 팟캐스트와의 TV 토론에서 자기주장을 조리 있게 펼치면서 ‘양갱(Yang Gang)’이라 불리는 온라인 지지 그룹이 늘어갔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인(CEO)인 일론 머스크도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며 지난 8월 그를 공개 지지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1%를 밑돌던 지지율은 빠르게 올랐다. 2차 TV 토론 직후 진행된 폭스뉴스 여론조사(7월21~23일) 등에서 3% 지지율을 얻었고, 지난 13일 3차 TV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3차 토론회부터 13만명의 기부자 수를 확보하고, 4개 여론조사에서 2% 이상 지지율을 얻어야 참가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문턱을 높였는데 넘어선 것이다. 그는 3차 토론에서 “전국 열 가족에게 매달 1000달러를 1년 동안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기본소득의 효과를 보여주겠다”고 했고, 그의 선거 홈페이지에 45만명이 지원했다.

양은 ‘보통사람들’의 소액 후원으로 캠프를 꾸려가는 등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기업 지원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에게 1인당 평균 20달러를 후원받았다고 이달 초 밝히기도 했다. 미 CNN은 지난 8일 “양이 지지율 상승 흐름을 타고 후보로 지명될 수 있을지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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