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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스타★톡톡] 신세경 “‘신입사관 구해령’, 삼삼한 매력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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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신세경의 눈에는 만족감이 가득 느껴졌다. 자신이 상상한 작품, 꿈꾸던 캐릭터를 만난 배우에게서 엿볼 수 있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이하 ‘구해령’)은 19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픽션 사극. 별종 취급을 받던 여사(女史)들이 남녀가 유별하고 신분에는 귀천이 있다는 해묵은 진리와 맞서며 ‘변화’라는 소중한 씨앗을 심는 이야기였다. 신세경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 구해령(신세경)을 맡아 ‘조선판 걸크러쉬’를 선보였다.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는 일념으로 강단 넘치는 눈빛과 기개를 펼치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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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다각도로 봐도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정신적인 고통 없이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면서 “작품에 폭력적인 요소도 없고 억지 갈등도 없었다. MSG를 뿌린 듯 자극적이지도 않고, ‘삼삼한 매력’이 있었다. 그게 ‘구해령’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다”고 유종의 미를 자축했다.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는 표현에 귀를 기울여봤다. 확실한 건 최근 드라마들은 대체로 ‘자극적 소재’로 얼룩져있다는 사실이다. 신세경은 이 점을 콕 짚었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다른 작품들도 물론 좋았다. 정신적인 고뇌를 느낄 만한 작품은 없었다”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겪는 상황이다. 비단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인물의 삶을 훑으면서 행동하고 말하는 과정이 폭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면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그려진 것 또한 ‘구해령’의 뚜렷한 장점이었다.

‘구해령’을 촬영하며 어떤 점이 좋았냐는 질문에 신세경은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닮은 캐릭터의 성향은 ‘신세경다운’ 모습을 슬며시 끌어다 쓸 수 있어 좋았다. 구해령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장면 장면도 자기 생각과 똑 닮아있어 촬영하는 내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고, 탐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신세경은 “나는 많이 사회화된 인간이라 해령이처럼 지르지 못하고 사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가진 성향 자체가 닮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초반 별시를 치르고자 혼례복으로 달아나는 장면과 ‘지식은 물과 같아서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 시권을 제출해 세자에게 혼나는 장면에서 무릎을 ‘탁’쳤다며 “(해령이가) 너무 멋있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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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상하기 어려운 판타지적 요소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올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조선 시대에 관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여성은 흔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자체도 조선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많이 신경 썼다.

만일 진짜 구해령의 상황에 놓였다면 어땠을까. 진취적인 여성으로서 조선 시대에서 살고 있었다면 하는 가정을 들자마자 신세경은 “당연히 못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더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얼마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도망가고 싶었을까, 외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익숙해져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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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더 많이 커야 한다”고 말한 신세경. 그는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기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냐는 질문을 듣는다 해도 추상적인 형태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살아보고 말하겠다’는 답을 내놓는다. 그래도 ‘구해령’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건 분명하다. 비단 성별뿐 아니라 우리가 은연중 겪고 있는 ‘차별’에 대해 유쾌한 일침을 놓는 작품이라는 것. 그 점을 분명히 어필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세경은 드라마 ‘흑기사’(2018), ‘하백의 신부’(2017), ‘육룡이 나르샤’(2015), ‘남자가 사랑할 때’(2013), ‘패션왕’(2012) 등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다수의 작품을 소화했다. 그의 출연작이 특별한 이유는 매번 당차고 주관이 뚜렷한 여자 주인공을 연기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당찬 여성상을 그렸다. 이에 대해 “그런 성향을 가진 캐릭터만 고집해서는 아니다”라고 답한 신세경은 “캐릭터, 작품의 흐름, 제작진과 동료 배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논의해 본다. 그리고 결정한 작품 속 캐릭터가 주체적 여성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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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 ‘육룡이 나르샤’의 분이(신세경)는 ‘민초의 대표’ 같은 느낌이었다. 여말선초의 혼란한 틈을 타서 자기 할 말은 하는 야무진 캐릭터였다. 당시의 시대상을 놓고 봤을 때 여자가 그렇게까지 의견을 외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고 처음 느꼈다”고 했다. 이를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평이 마음에 상처가 되기도 했다고. “분이는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삶을 더 밝게 변화시키고자 한 건데, 의도와 다르게 비춰질까 겁도 났다. 이번 작품도 여성이 관직에 나서 할 말을 다 하는 것을 두고 두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해령’의 캐릭터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신세경은 “일종의 고정관념인 것 같다. ‘판타지’라는 완벽한 방패막이가 있으면서도 그 시대 여성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걸 벗겨내려 노력했다. 고정관념에 갇혀 표현에 어려움을 가지기도 했지만 중후반부에는 내가 하려던 말을 온전히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작가님께서 해령이가 살아온 삶을 오롯이 훑어주시고, 그 모습을 시청자가 공감해준다는 걸 알았다”고 언급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니 더 애착이 가진 작품이 바로 ‘구해령’이다.

끝으로 신세경은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만, 자신의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구해령’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특별히 ‘변화해야 한다’는 목표도 없다. 그래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질문을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고. “어떤 이미지로 변신을 꾀한다 해서 온전히 ‘변신’할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작품의 캐릭터로 다른 연기를 하는데 그 모습을 오로지 이미지로만 생각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잘 흡수해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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