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범인이 검거된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56)가 당시 음모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발생한 8차 사건 당시 경찰 수사팀은 이춘재의 음모를 분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화성 6차 사건 이후 9차 사건 전까지 3차례 유력 용의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다"며 "8차 사건 때도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음모 분석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마을주민 등 남성 수백명의 음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채취한 음모의 형태 등을 비교해 유사성이 높은 음모를 방사성동위원소 감별 대상으로 추렸다. 당시 이춘재는 음모 채취까지는 진행됐으나 음모 형태가 달라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 자백 이후 8차 사건 기록과 증거물이 남아있는지 경찰과 검찰에 확인했으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실형을 산 윤모씨(당시 22세)는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수사팀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 한 분을 만났고 '억울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구체적 진술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씨는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향후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2010년 5월 출소했다. 윤씨는 2심 항소 이유로 '가혹 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을 적는 등 범행을 부인했다. 윤씨는 이날 청주에서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가족들과 재심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변호사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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