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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그린 그림…미술계 재앙일까,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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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두민과 인공지능 화가 이메진AI가 협업한 작품 `Commune(공동체) with...`. 두민이 서양화 기법으로 수면 위 독도를 그렸고, 그 아래는 이메진AI가 동양화 기법으로 독도를 표현했다. [사진 제공 = 펄스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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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물감으로 선명하게 지형을 살린 독도 수면 아래 형태만 꿈틀거리는 독도가 있다.

'주사위 그림'으로 유명한 극사실주의 화가 두민(43·본명 도성민)과 인공지능(AI) 화가 이메진AI가 협업한 작품 'Commune(공동체) with...'가 최근 공개됐다. 인간과 AI가 함께 완성한 국내 첫 그림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수면 위 독도는 두민 작가의 서양화 기법으로, 수면 아래는 이메진AI의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됐다.

두민 작가는 "수묵채색화로 독도를 그려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한 뒤 AI가 보유한 데이터를 토대로 나온 그림을 캔버스에 인쇄했다. 그 위에 내가 그림을 그리고, 크리스털 레진을 코팅해 수면 질감을 살렸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이메진AI를 개발한 기업 펄스나인은 이 작품과 드로잉에 대한 투자금을 모아 서울 동북아역사재단독도체험관에 전시한 뒤 판매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온라인 아트 펀딩 플랫폼 '아트투게더'에서 진행되는 펀딩에서 2500만원을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AI 작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독일 작가 마리오 클링게만이 AI와 협업한 미디어 아트 작품 '메모리즈 오브 패서바이'가 4만파운드(약 6000만원)에 낙찰됐다. 모니터 2대 속에서 초상화가 수없이 변주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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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크리스티 경매서 5억원에 팔린 AI 화가 오비어스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 [사진 제공 = 크리스티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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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화가 오비어스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예상가보다 40배 이상 높은 43만2500달러(약 4억9000만원)에 팔리면서 새로운 미술 역사를 썼다. AI가 14세기부터 20세기에 걸친 인물화 1만5000개를 토대로 만든 초상화를 캔버스에 출력한 작품이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얼굴에 안개가 낀 듯 흐릿한 남성의 초상화다. 프랑스 예술집단 오비어스가 개발한 AI가 그렸으며, 그림 하단에는 작가 서명이 아닌 복잡한 수학 공식 같은 알고리즘이 적혀 있다.

이 작품은 판매가가 높았지만 예술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그림이 인쇄돼서 물감 질감을 살린 손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거장의 화풍을 닮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점으로 연결된 어린이 그림'이라는 혹평도 있었다.

이에 크리스티 경매 측은 "예술 시장 변화와 기술이 창작 및 예술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완전히 알고리즘으로 창작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공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영혼이 없는 AI 작품을 독창적인 예술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맞선다. 아직은 AI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돕는 매개체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뮌(김민선·최문선)은 "AI 작가 시대는 시기 상조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예쁜 이미지를 떠나서 작가의 작업 여정이 작품 가격에 반영된다. 어떻게 그 작품이 나왔는지 뒷이야기가 필요한데 AI는 삶이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코끼리와 원숭이가 그린 그림도 경매에서 팔린 적이 있지만 이 동물을 예술가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AI를 미술 시장 어느 범주에 놓을지 이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를 작가로 볼 수는 없지만 영향력은 클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AI와 협업한 두민 작가는 19세기에 등장한 사진이 미술사조를 바꾼 것처럼 AI가 현대 미술에 미칠 파급력이 대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화가들은 사진보다 더 정교한 극사실주의 그림을 그려 기술에 저항했으며 결국 생존에 성공했다.

두민 작가는 "AI 화가가 위협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화가의 대응에 달렸다. 하지만 AI는 분명히 인간의 표현 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미술 시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최열도 "50~100년 안에는 미술이 AI를 진화된 컴퓨터 아트 장르로 수용하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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