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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75% 차지 ‘적색 왜성’ 주변 행성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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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작고, 가볍고, 표면 온도 더 낮아…

공전 중 행성 대기서 수증기 발견, 올 노벨상 계기 적극적 탐사 주장

폭발 잦은 악조건 탓 회의적 시각…‘방사선 극복 생명체 존재’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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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111광년 떨어진 ‘K2-18b’ 행성의 상상도. 적색 왜성(왼쪽 아래 밝은 작은 원) 주변을 적당한 거리에서 돌고 있어 온도가 0~40도로 추정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유럽우주국(E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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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한 중국 영화 <유랑지구>는 화려한 볼거리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전형적인 공상과학(SF)물이다. 갑자기 수소핵융합 반응이 빨라져 표면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 태양을 피해 인류는 지구 지각에 특수 엔진을 설치한 뒤 약 4.3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계라는 새로운 별로 피난을 떠난다.

<유랑지구>에서 지구라는 거대 우주선의 종착역으로 설정한 알파 센타우리계에는 모두 3개의 별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두 개는 태양과 비슷한 질량이다. 나머지 한 개는 붉은 난쟁이별, 즉 ‘적색 왜성(red dwarf)’으로 불리는 천체다.

적색 왜성은 태양보다 작고 가볍다. 질량이 태양의 0.1~0.5배에 그친다. 태양이 성인 몸무게라면 적색 왜성은 유아에서 초등학생쯤 된다. 표면 온도도 더 낮다. 태양은 섭씨 6000도이지만, 적색 왜성은 3500도를 넘지 않는다.

태양보다 온도가 낮다는 의미는 별에 아주 바짝 붙어서 도는 행성이어야 적당한 열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선 태양과 수성 사이보다 훨씬 가까워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열을 받을 수 있다. 덜 뜨거운 난로에는 바짝 붙어 앉아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난주 과학계, 특히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계획( SETI)’ 과학자들 사이에서 적색 왜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1960년대 시작된 SETI는 인간처럼 지성을 가진 생명체는 전파를 이용할 거라는 생각으로 외계에서 온 인공 전파를 잡아내기 위한 연구다.

미국 SETI 연구소를 이끄는 세스 쇼스타크 박사는 지난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주에 있는 별의 75%는 적색 왜성”이라며 탐사 범위 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젠 지구보다 어둡고 작은 적색 왜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까지 과학계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태양과 유사한 별 주변을 뒤지는 데 주로 썼다. 생명이 탄생한 가장 확실하며 유일한 증거인 지구를 품은 태양계와 유사한 별을 찾는 데 집중한 것이다.

외계 행성 탐사 범위에 대한 공격적인 주장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 결과에서 촉발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1995년 최초로 외계 행성을 발견한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 교수와 디디에 쿠엘로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탐사 범위 확대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적색 왜성 주변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행성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달만 해도 영국 연구진은 ‘K2-18b’라는 행성에 대한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이 행성은 지구에서 111광년 떨어진 적색 왜성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 크기는 지구의 약 2배이고 거리는 별의 밝기를 감안할 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생명체 서식 가능구역, 즉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관측된 이 행성 대기의 절반은 수증기로 나타났다. 기온은 섭씨 0~40도 정도로 추정됐다. 과거 과학계에선 적색 왜성 주변엔 이런 적당한 열을 받는 행성이 있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SETI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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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과학계에는 신중한 의견이 많다. 우선 큰 문제는 적당한 열을 받으려면 적색 왜성에 바짝 붙어 공전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인데 이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우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적색 왜성에선 일반적으로 태양보다 강한 자기장이 분출된다”며 “에너지 방출이 일정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표면에서 각종 폭발이 잦고 밝기도 들쑥날쑥하다면 생명체에게는 악조건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적색 왜성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행성의 온도가 내려간다. 온도가 내려가면 생명체 탄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딱딱한 ‘얼음 왕국’에서 생명체가 광범위하게 출현하긴 어렵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적색 왜성에선 태양과 달리 에너지 대부분을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으로 방출하는 것도 문제다. 이 교수는 “광합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지구에서처럼 식물이 자라긴 어렵다. 식물이 없어 산소를 뿜어낼 동력이 없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동물이나 지적생명체도 존재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주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문용재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적색 왜성 코앞은 생명체가 살기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강력한 자체 자기장을 형성해 적색 왜성에서 쏟아지는 유해물질을 막는 행성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점도 있다. 아예 다른 유형의 생명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적색 왜성이 방출하는 방사선 속에서도 견디는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며 “지구와 다른 생태계가 존재할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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