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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로봇이 대리주차, 탑승권 없이 얼굴로… 최첨단 다싱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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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다싱공항을 가다]

공항에 5G 중계기 3000대 - 주차되면 휴대폰에 QR코드 전송

나갈때 코드 입력하면 車 갖다줘… 짐검사까지 3분 딴데보다 5배 빨라

中 "첨단기술 전시장… 98% 국산화" - 자연채광으로 낮에는 조명 안켜

가장 먼 탑승구도 6분이면 도착… 이달말부터 국제선 서비스 시작

조선일보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국제공항 주차장 1층 '로봇 주차 구역'. 기계식 주차장 입구처럼 생긴 정차(停車) 장소에 차를 멈추고 내렸다. 입구 옆 키오스크(무인입력기)에 다가가자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했습니까?" "아이, 애완동물, 짐은 다 내렸나요?" "차에서 물러나셨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떴다.

"예"를 누르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더니 'ㄷ' 자 모양의 주차 로봇이 차 옆으로 다가왔다. 로봇은 지게차 같은 두 팔을 차 밑으로 넣더니 차를 지면에서 20㎝쯤 들어 올렸다. 그러곤 스스로 빈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옮겼다. 이날 총 2대의 로봇이 '대리 주차'를 하고 있었다. 직원은 "나갈 때는 휴대폰에 전송된 QR 코드를 입력하면 로봇이 차를 찾아서 가져다준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다싱공항은 단일 공항 청사로 '세계 최대 규모 공항'이다.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 공항 청사만 축구장 100여 개 면적(70만㎡)이다. 하지만 방문한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초대형 공항을 움직이는 무인 로봇, 안면인식 기술, 5G(세대) 통신 기술이었다. 중국 관영 매체는 "103개 특허 기술이 적용됐고 국산화율이 98%"라며 "다싱공항은 중국 과학기술 능력의 전시장"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상하이행 중국연합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싱공항에 도착했다. 발권을 위해 항공사 카운터에 도착했을 때 직원 머리 위에 있는 화면마다 QR 코드가 보였다. 항공사 회원으로 가입하면 휴대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해 전자 탑승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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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번호 입력하면 자동으로 주차 - 중국 베이징 다싱 국제공항 주차장 1층의 ‘로봇 주차 구역’에서 주차 로봇이 차량을 들어 빈 주차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차량에서 내린 후 주차장 키오스크(무인입력기)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주차 로봇이 차량을 주차해주는 시스템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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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공항에서는 보안 검사 전 직원이 탑승권과 신분증을 검사한다. 하지만 다싱공항에서는 안면 인식 기능을 갖춘 기계가 대신하고 있었다. 중국인 탑승객이 신분증을 올리자 기계가 얼굴과 대조하는 데 2초가 걸리지 않았다. 기자는 외국인이라 보안 요원이 직접 검사했지만 1분 만에 통과했다. 이후 짐을 엑스레이 검사대에 올리면 검사를 마친 짐과 재검사가 필요한 짐이 두 갈래로 나왔다. 이날 기자가 신분 확인과 짐 검사를 마치는 데는 3분이 걸렸다.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 상하이 훙차오(虹橋)국제공항에서는 15분 이상 걸렸다.

다싱공항 운영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는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가 항공사, 이동통신사와 함께 구축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다싱공항 터미널 안에만 5G 중계기 3000대가 설치됐다"고 했다. 안면 인식 기술은 중국 1위 AI(인공지능) 업체로 꼽히는 상탕커지(商湯科技)가 담당했다. 안면 인식률 98% 기술을 가진 회사로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제재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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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인식기가 2초만에 신원 확인 - 지난달 25일 문을 연 중국 베이징 다싱(大興) 국제공항에서 한 탑승객이 안면 인식 기능을 갖춘 기계에 신분증을 대고 있다. 통상 공항에서는 보안 검사에 앞서 직원이 탑승권과 신분증을 검사하지만 다싱 공항에서는 안면 인식 기계가 대신한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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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편 봉황을 형상화한 다싱공항은 1층 국제선 도착, 2층 국내선 도착, 3층과 4층이 각각 국내선과 국제선 출발이다. 항공사별로 나뉜 1·2·3 터미널을 버스나 기차로 이동해야 하는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보다 동선(動線)이 짧았다. 기자가 비행기를 탄 A6번 탑승구는 보안 검사대에서 가장 멀리 있었지만 이날 걸어보니 6분이 걸렸다. 공항 이용객 장총이씨는 "처음에는 공항이 커서 놀랐는데 동선이 짧아서 또 놀랐다"며 "설계가 잘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싱공항 측은 "비행기 탑승 직전 탑승구에서도 종이 탑승권이나 신분증 없이 안면 인식을 통해 탑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기자가 탄 날은 항공사 직원이 탑승구에서 탑승권을 확인했다. 직원은 "조만간 시스템이 가동돼 안면 인식만으로 탑승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싱공항은 톈안먼(天安門)에서 남쪽으로 46㎞ 떨어져 있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톈안먼 등 베이징 주요 건물을 남북으로 잇는 일직선상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 채광을 택해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았다. 공항 건물 북서쪽에는 객실 215개짜리 호텔(에어로텔 베이징)도 있다. 공항 3~4층에는 베이징의 유명 오리 전문점인 '취엔쥐더(全聚德)', 전통 찻집인 '라오서차관(老舍茶館)' 등도 입점해 있다.

중국민용항공국은 12일 중국 국경절 연휴(1~7일) 탑승객보다 13배 많은 47만명이 둘러보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기자가 찾은 날도 천장에 걸린 대형 오성홍기(중국 국기)와 공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가족이 다 함께 공항 구경을 온 천위안씨는 "차오차오(草橋)역(베이징 남부의 지하철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18분 만에 도착했다"며 "이런 멋진 공항을 만든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현재 하루 80여편 국내선을 운영 중인 다싱공항은 이달 말부터는 국제선 서비스를 시작한다.

서우두 공항과 '쌍날개'… 2025년 1억5400만 이용
인천공항 이용객의 2.3배


중국 다싱(大興) 국제공항이 이달 말 국제선 업무를 시작하면 베이징은 서우두(首都) 국제공항과 함께 '양대 국제공항 체계'를 갖추게 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다싱공항의 올해 예상 이용객은 350만명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2860만명으로 8배 가까이 늘어난다. 다싱공항 측은 "연간 여객 1억명, 화물 400만t이 목표"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다싱공항과 서우두공항의 연간 여객 운송량을 2025년 총 1억540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6826만명)의 2.3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다싱공항은 40여개 평가 항목에서 세계 1위 수준"이라며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에는 상하이 푸둥(浦東) 국제공항이 62만㎡ 크기의 신규 터미널을 개장했다. 기존 1·2터미널의 남쪽에 들어선 이 터미널(영문으로 위성 터미널이라는 뜻의 S터미널)은 90개 탑승교(橋)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상하이는 도심 서부에 있는 훙차오(虹橋) 국제공항과 함께 총 4개의 공항 터미널을 갖추게 됐다. 푸둥공항과 훙차오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총 1억1762만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이 공항 굴기(崛起·일어섬)에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중국인들의 항공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 관광객, 투자를 끌어들이는 허브로서 공항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주요 공항들은 120~144시간 무비자 체류를 앞세워 외국 환승 여행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베이징 등 중국 주요 공항들이 잦은 연착으로 악명이 높았던 것도 신공항 건설의 한 배경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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