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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72시간 파업’ 철도노조는 왜 4천명 충원을 주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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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2교대 인력 충원에 ‘1800명 VS 4000명’ 충돌

코레일, “대규모 신규채용 따른 적자 부담 우려”

철도노조, “정비인력 부족해 시민안전 책임 못 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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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가 11일 오전부터 72시간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2016년 9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이뤄졌던 74일간의 최장기 파업 이후 3년 만에 일어난 파업입니다.

노조의 파업 소식이 전해지자 연일 언론에선 “철도노조 11일부터 파업…‘수송 비상’” “철도 파업 사흘째 시민 불편 이어져”라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주말 동안 시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반면, 철도노조가 파업하게 된 이유에 관해 설명해주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철도노조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왜 파업을 선언하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철도노조의 4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핵심은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제를 위해 필요한 인력 충원을 이행해달라는 것입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노조는 지난해 9월 현행 3조2교대 근무제를 2020년부터 4조2교대 형태로 바꾸기로 합의했습니다. 철도가 정상적으로 운행하기 위해선 막차가 들어온 뒤 첫차 운행시간 전까지 차량과 선로 주변 전기시설 등을 정비해야 하는데, 현재 전국 1만여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교대로 이러한 새벽 근무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4조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해 몇 명의 인력을 새로 뽑을 것인가에 대한 노사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코레일은 지난 7월부터 근무체계 개편을 위한 4조2교대 시범운영을 한 결과 1800여명을 신규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외주 용역업체를 통해 내놓은 권고안(1800여명 채용)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며 총 4000여명을 새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제시한 인력 충원 규모는 거의 2배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이 같은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요?

코레일은 노조의 주장대로 4000여명을 증원할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적자 발생을 우려했습니다. 우선, 코레일 쪽이 산정한 1800여명은 현재 코레일 내부 인력 중 일부를 충원이 필요한 다른 업무에 배치한 뒤 나머지 인원에 대한 증원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결과입니다. 노조의 요구안대로 4000여명을 신규 채용할 경우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에 따라 코레일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는 만큼, 신규 채용 규모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 적자 때문에 국민에게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비판받았던 코레일 입장에선 대규모 인력 충원에 따른 적자 발생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공기업인 코레일은 정부의 예산 편성에 따라 총인건비와 전체 사업비 규모 등이 정해지는데, 무조건 현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죠. 다만 이 관계자는 “이달 초에 나온 직무진단 결과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고, 현재 노조와 교섭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결론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 측의 입장에 대해 철도노조는 “현장의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열차를 정비하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인력이 부족해 차량을 제대로 정비할 수 없고, 그 결과 철도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파업에 참여한 철도 노동자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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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근로시간이 월 165시간이라서 31일이 낀 달에는 주 52시간 제를 지킬 수 없어요. 그래서 올해부터 한 달(31일 기준)에 3일 별도의 휴무일(지정일)을 받죠. 예전보다 휴무자도 늘어나는 셈이에요.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저 같은 전기설비 담당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2인 1조로 선로작업을 나가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동료가 휴무인 날에는 원래 일하는 역이 아닌 관내 다른 역이나 사업소로 출근해서 2인 1조로 작업을 하게 돼요. 문제는 평소에 일하던 역이 아니다 보니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매일 일했던 역은 평소에 열차가 어떻게 운행되고, 위험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니까 조심해서 일할 수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가는 역은 잘 모르잖아요. 많게는 한 역에 6~8개 되는 선로가 있는데, 어떤 열차가 언제 들어오는지 모르는 거예요. 열차가 거의 동시에 들어올 때도 있는데, 열차가 들어오는 선로를 피해 옆 선로로 이동했다가 그쪽에서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요.”

-박기서 철도노조 전기국장-



철도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재 코레일이 제시한 인력 충원 방안은 전국 260개 역(전기업무 기준) 가운데 77개 근무지를 통합해 그곳에서 일하는 400여명의 기존 인력을 확보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열차 신호나 정보통신 설비 등을 점검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역의 숫자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 열차사고 등이 났을 때 철도 노동자들의 출동과 복구시간 또한 지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피해는 결국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돌아오는 셈이죠.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와 비교하더라도 코레일 소속 열차를 정비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 구로 차량사업소에서 차량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철도노조 조합원 김웅전씨 역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4000여명의 신규인력이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실까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코레일에서 5115명의 정원이 감축되면서 철도 정비업무 인력도 대거 줄었어요. 퇴직하는 사람은 있는데,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 거죠.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열차 정비는 차량의 노후화 정도에 따라 3·5·7일 단위로 이뤄져요. 서울교통공사 소속 차량은 매일 들어올 때 나갈 때 입고·출고 정비를 하거든요. 그런데 코레일 정비인력은 서울교통공사의 절반 규모라서 기관사가 고장이나 불량을 감지 못하면 매일 운행하는 열차가 정해진 날짜인 3·5·7일 이전엔 정비를 하지 않아요. 지난 8월에도 4호선에서 탈선 사고가 나서 국토교통부가 조사했는데, 그 결과 열차운행 시 출고 정비를 하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하지만 아직 관련 대책이 없어요.”



그동안 시민들의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믿었던 코레일의 열차가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코레일은 1800명보다 좀 더 많은 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코레일의 우려대로 인력 충원에 따른 적자 부담이나 정부 예산의 한계 문제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할 때 ‘4000명 충원’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철도 노동자들은 뭐라고 답했을까요? 이들은 4000명이냐, 1800명이냐란 숫자 싸움보단 코레일과 정부가 안전인력 충원을 위한 ‘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노조가 불필요한 인력을 늘리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잖아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인력인 만큼 코레일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회사는 외주 용역사의 직무진단 평가 결과 뒤에 숨어서 1800명이 적정 신규 채용 인원이라고만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요? 기획재정부도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만 대면서 정원을 늘릴 수 없다고만 하지 말고요. 시민안전을 위해서라도 매일 차량정비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충원돼야 해요. 매일 운행하는 열차를 7일에 한 번 정비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김웅전 철도노조 구로차량지부장-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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