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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명대사가 교토 사찰에 남긴 글씨 5점 국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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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BTN, 고쇼지 소장 유묵 전시

연합뉴스

일본 교토 고쇼지가 소장한 사명대사 유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강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지 오래되지만/ 어지러운 세상에서 지낸 것이 벌써 10년이네/ 갈매기는 그 뜻을 잊지 않은 듯/ 기웃기웃 누각 앞으로 다가오는구나"(有約江湖晩/紅塵已十年/白鷗如有意/故故近樓前)

일본 교토 북부에 있는 사찰 고쇼지(興聖寺)가 소장한 사명대사 유정(惟政, 1544∼1610) 친필 글씨 5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일괄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BTN불교TV와 함께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후 강화와 포로 협상을 위해 일본에 건너가 1604년부터 이듬해까지 교토에 머물 당시 남긴 고쇼지 유묵(遺墨·생전에 제작한 글씨나 그림)을 15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상설전시실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전시한다고 14일 밝혔다.

전후 조선과 일본 사이에 평화를 끌어내고 백성을 구한 사명대사 뜻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는 고쇼지가 보유한 사명대사 글씨 5점과 일본 승려 엔니 료젠(円耳了然, 1559∼1619)이 쓴 글씨 1점, 동국대박물관이 소장한 사명대사 초상화까지 자료 7점을 선보인다.

사명대사 유묵 중에는 고려시대 후기 문신 유숙이 지은 시 '벽란도'(碧瀾渡)를 차운해 완성한 작품이 있다. 그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지낸 시기가 10년이 됐다면서 일본에서 임무를 마무리하면 선승(禪僧)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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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벽란도'를 차운해 쓴 글씨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또 다른 작품으로는 신라 문장가로 유명한 최치원의 시 중 일부인 '나팔 소리 들리고 아침저녁으로 물결 일렁이는데/ 청산의 그림자 속을 지나간 이 예나 지금 몇이나 될까'(畵角聲中朝暮浪/靑山影裏古今人) 문구를 쓴 유묵이 있다.

고쇼지에 있는 중국 남송 승려 '대혜 종고' 글씨를 보고 감상을 적은 글, 고쇼지를 창건한 엔니 료젠에게 '허응'(虛應)이라는 도호(道號)를 지어 주고 쓴 글씨, 엔니 료젠에게 보낸 편지도 나온다.

사명대사는 쓰시마 외교승인 난젠지(南禪寺) 장로 센소 겐소(仙巢玄蘇)를 통해 엔니의 도호 작명을 부탁받았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엔니 료젠 작품은 '자순불법록'(諮詢佛法錄)으로, 불교 선종 기본 개념과 선종 일파인 임제종 가르침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엔니는 글을 쓴 뒤 사명대사에게 보여준 뒤 가르침을 받았고, 이에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며 "사명대사는 엔니에게 준 편지에서 '허응'이라는 도호에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소리를 두루 듣고 살핀다는 뜻을 담았으니 (편지를) 잘 간직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사명대사 초상화는 1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널리 세상을 구하는 스님'을 의미하는 '홍제존자'(弘濟尊者)라는 문구가 있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때 승군을 지도한 승병장이자 외교승이었다. 그는 교토에 갔을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강화를 맺은 뒤 포로 3천여 명을 데리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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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 초상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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