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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원 국감도 조국 전쟁…“동생 영장 기각 판사 불러라”vs. “재판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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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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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법 등 서울고법·수원고법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며 1시간여 만에 파행됐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 9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조국 법무장관의 동생 조모(5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을 불렀다.

이날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는 오전 10시 2분쯤 개회했다.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 김주현 수원고등법원장·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업무보고 이후 법사위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명 부장판사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맞부딪혔다.

포문은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열었다. 주 의원은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건에서 법원이 요설(饒舌)과 궤변(詭辯) 같은 기각 사유로 법률 규정에 없는 사유를 열거하며 누군가를 비호하고 있다"며 "명 판사가 조 장관 동생 영장 기각에 있어 단순히 법관의 재량권과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 판사를 비롯한 영장전담 판사를 현장 증인으로 불러 영장 기준이 뭔지 국민에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검찰의 논리, 검찰의 시각을 그대로 투영해 국감에서 해야할 건 하지 못하게 한다"며 "영장 재판도 개별적으로 진행된 재판인데, 국감을 빌미로 압력을 넣고 국회가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이 참담하다"고 했다.

같은당 김종민 의원도 "명 판사의 판결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는 있는데, '정치적 배후가 있다' '좌익판사'라고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명 판사의 기각 결정은) 검찰 특수부의 별건수사 관행에 대해 법원이 사법통제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감에서 다뤄야 할 주제는 각각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정한다"며 "명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전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어 증인으로 채택해 입장을 들어보자는 걸 정치적 공세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각 사유가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일견 이해가 된다고 하면 명 판사를 왜 부르겠느냐"고 했다.

같은당 이은재 의원도 "서울고법 등 국정감사와 관련해서 우선적으로 규명돼야 할 쟁점 중 하나가 조 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 기각"이라며 "구속해야 함에도 구속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명 판사의 직접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서초동 민심에 의거해서, 광화문 민심에 의거해서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판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나오라고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질의 시간에 불만 또는 찬성 의견을 충분히 표출하면 되지, 여기서 따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여·야 간사단의 합의 끝에 국감은 오전 11시 50분쯤 재개됐다. 김도읍 의원은 국감장 옆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민중기 법원장을 만나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명 부장판사를) 자진출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민 법원장은 절대 못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국감이 무력화되는 것 같아서 서글프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걸 해소하지 못하면 국민적 분노가 커질 것이고, 법원 형평성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핵심사안에 풀고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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