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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단독] '정치검찰' 논란 고교 시험, 그런 문제 8개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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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8일 치러진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국사 시험 문제. '노노재팬'에서 검색할 수 없는 브랜드를 묻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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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국사 시험 문제를 두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었던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재시험을 진행했다. 당초 알려졌던 ‘정치검찰’ 관련 문제 외에도 8개 문항이 재시험 대상이 됐고, 해당 교사는 직무 배제됐다.

14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A고등학교는 이날 오전 선택형 8문항과 서술형 1문항 등 9문항에 대한 한국사 중간고사 재시험을 실시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교육과정 편성지침 등에 ‘학생이 배운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근거해 재시험을 치렀다”고 밝혔다. A고등학교 측은 “한국사 과목에서 다소 시사성을 표현하는 문항 출제로 인해 타당도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재시험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지난 11일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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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한국사 일부 문제가 논란이 되자 재시험 실시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지난 11일 발송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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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입수한 재시험이 결정된 9개 문항은 교과서보다 뉴스를 봐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였다. 일본 불매운동 관련 사이트인 ‘노노재팬’에서 검색할 수 없는 브랜드를 찾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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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8일 치러진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국사 과목의 문제. 일본 정부가 지정한 수출 규제 품목을 묻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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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제시하고 규제 품목이 무엇인지 고르는 문제도 있었다. 보기는 희토류,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에칭가스였다. 기원후 18~23년 사이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만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MMORPG 게임을 고르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화이트리스트’, ‘지소미아 협정’을 묻는 문제도 재시험 문항에 포함됐다.

이 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시험 범위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시험 이후 정치에 관심 많은 학생 사이에서는 ‘문제가 좌 편향되어 있다’며 불만을 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는 대입 때 반영하지 않는 대학들이 많아 수능 준비를 위한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보통이다. 손기현 종로학원 상무는 “학교마다 다르니 단정해선 안 된다”면서도 “수능과 70%까지 연계되는 EBS 문제를 변형해서 대부분 출제한다. 시험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를 내면 학부모들의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 역시 “학생이 재수하게 되면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인데 선생님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시험 문제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변별력을 요구하는 문제보다는 평이한 수준으로 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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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8일 치러진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국사 문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지문과 관련된 인물로 조국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보기로 제시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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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고등학교의 한국사 시험 한 문제가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검찰 개혁을 촉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인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바꾸라 정치검찰’을 제시하고 “이 글과 가장 관계 깊은 인물을 고르라”는 문제였다. 보기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시됐다.

해당 시험문제를 낸 교사는 수업과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직무배제 된 상태다. 부산시교육청은 문제 검증 지침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감사를 벌여 결과에 따라 교사와 학교에 징계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A고등학교 관계자는 “문제가 왜곡된 부분이 없지 않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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