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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국 사퇴]文대통령은 왜 '조국 사의'를 수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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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개혁지속 강조, 靑 교감한듯…'조국 이후' 檢개혁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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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2019.09.09.【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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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조합을 꿈꿨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소회는 이 한마디에 함축됐다. 최근 가파르게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하락했다. 핵심 지지층은 견고하다 해도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한 어젠다에 대한 국정동력마저 상실되는 것을 방치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올 수 있었다.

이런 판단이 조국 장관 자신의 결정은 물론, 이를 수용한 문 대통령 입장에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검찰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속절없이 하락 文 국정 지지도, 대선득표율 깨져 =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3시, 예정보다 1시간 미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앞서 2시 조 장관이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14일 사퇴 '타이밍'은 여권에도 예상밖으로 여겨질 만큼 전격적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여권의 극소수 인사들과는 교감이 있던 걸로 보인다. 조 장관 임명 후 정부 운영의 동력인 국민지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조 장관의 거취로 매듭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갤럽 기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8월 1주차 48%에서 9월 3주차 40%까지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치다. 투표 득표율과 전화로 답하는 여론조사 수치를 직접 비교하긴 무리다. 그럼에도 19대 대선때 문 대통령 득표율인 41.1%까지 하락하거나 그 아래로 갈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이때 부정 평가는 53%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의 조사는 더욱 극적이다. 14일 발표된 10월 2주차 주중집계(YTN 의뢰) 결과, 문 대통령의 취임 127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떨어져 41.4%로 조사됐다. 2주 연속 취임 후 주간집계 기준 최저치다. 부정평가는 한 주 전보다 3.8%p 오른 56.1%로 2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8월 첫주는 긍정평가가 50.4%였다. 조국 장관을 포함한 8·9 개각 발표 후 조 장관 가족 관련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갤럽과 리얼미터의 조사 상세내용은 각 사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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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 브리핑'을 열고 검찰 특수부 명칭 변경과 부서 축소, 수사범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 발표를 위해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2019.10.14. 【과천=뉴시스】박주성 기자 =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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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수행·개혁동력 전반 약화..반전 계기 필요 = 이런 결과는 민심 이반이 심각한 걸 보여줬다. 문 대통령의 '정면돌파'는 먹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역과 기업 현장을 방문, 발로 뛰는 경제 올인 행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민생, 경제, 외교 등 다른 과제들을 수행할 힘이 현격히 떨어질 위기가 감지됐다. '조국 문제'를 풀지 않은 채 다른 데서 만회를 기대하기 어렵단 회의론도 나왔다.

결국 조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뒤 35일만, 지명된 8월9일 후 66일만에 사퇴했다. 청와대로선 검찰개혁이나 '조국 지키기'만이 국정의 전부는 아닌데 이로 인해 소모되는 국가적 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며 '조국 이후'를 봤다.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주요한 두 국정과제로 검찰개혁과 함께 공정 가치 실현을 꼽았다. 법무부에는 10월중에 각종 규정 정비, 필요하다면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치라는 고강도 주문을 했다.

검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담도 커졌다. 문 대통령은 크게 보면 검찰개혁에선 법무부-검찰이 한 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총장도 비상한 각오로 개혁에 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언론에 자기개혁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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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박주성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 브리핑'을 열고 검찰 특수부 명칭 변경과 부서 축소, 수사범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 발표 후 취재진과 질의 답변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2019.10.14.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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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구" 말했던 조국 "불쏘시개..쓰임 다했다" =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사퇴발표를 조 장관 본인의 결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장관은 당초 자신을 법무장관에 천거하는 데 강하게 고사한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민정수석으로서 착수한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설득에 뜻을 바꿨다.

예상밖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검찰수사까지 이어지자 조 장관은 인간적인 고뇌를 여러차례 털어놨다. 물러난 후 가족을 지키고 싶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임무' 때문에 버틴다는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그는 자신을 검찰개혁의 '도구'로 규정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검찰개혁과 법무혁신의 도구라 생각한다"며 "제 쓰임이 있을 때까지 쓰이는 것이고, 쓰임이 다 이뤄져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이 이뤄지면 제 소임을 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구는 쓰임이 다하면 교체해야 한다. 사퇴 등 거취 결정을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14일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저의 쓰임은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며 '꿈'을 언급했다. 검찰개혁의 드림팀을 기대했던 소회, 조 장관의 뜻을 존중한다는 의미, 여기에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함께 담은 걸로 풀이된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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