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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레이더P] 조국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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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으로 갈린 '조국 대전'이 일단락 수순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8월 9일 장관 지명 이후 65일, 지난달 9일 정식 임명 이후 35일 만이다.

조 장관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이날 오후 사퇴 입장문을 내고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는다"며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조 장관의 사의 표명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및 명칭 변경 등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이후 불과 2시간여 만에 갑작스레 이뤄졌다.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까지만 해도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을 보겠다. 흐지부지하거나 대충하고 끝내려고 했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조 장관이다.

장관 지명부터 전격적인 사퇴까지 약 두 달 동안의 주요 국면을 돌아봤다.


1. 8월 9일 : 장관 지명, 그리고 잇단 의혹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를 내려놓은 조 장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정부 사법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거침없는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4일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이후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서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조 장관과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특혜 의혹 등이 차례로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특히 딸 입시와 관련한 의혹들은 교육 문제에 민감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조 장관이 교수 시절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강조했던 '정의·공정'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발이 더욱 컸다. 야권의 공세와 함께 조 장관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학생 집회 등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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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3일 "사모펀드-웅동학원 기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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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 장관은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사회환원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8월 23일 그는 10억5000만원 규모의 가족 명의 펀드 투자금을 공익법인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이 소유한 웅동학원 역시 국가·공익재단에서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2. 8월 27일 : 검찰, 20여 곳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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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8월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28)의 한영외고 3학년 시절 인턴십과 관련해 공주대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압수품 등을 들고 공주대 자연과학대 건물 밖으로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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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27일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조 장관의 딸, 웅동학원, 사모펀드 논란과 관련해 고려대·서울대·부산대, 웅동학원 등 2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여권은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냐는 시각을 나타냈고, 야당은 검찰을 지휘해야 할 법무장관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자격 미달'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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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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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전날인 26일 9월 2~3일로 합의했던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도 불발됐다. 이에 9월 2일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불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직접 국회를 찾았다. 11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그러나 조 장관 딸이 부산대 의전원 지원 당시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이 추가로 터져나오면서 여론을 또 한 번 뒤흔들었다.


3. 9월 6일 : 인사청문회·조 장관 부인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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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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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여야 합의로 열린 9월 6일 인사청문회에선 기존에 제기된 의혹들을 놓고 여야 공방이 펼쳐졌다. 조 장관은 "지난 한 달이 10년, 20년 같았다"며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대로 끝날 것 같던 인사청문회는 검찰이 자정을 1시간여 앞둔 시점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다시 얼어붙었다.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9월 9일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하면서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조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식 업무 시작과 동시에 검찰개혁추진지원단,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구성을 지시하는 한편, 현장 검사들과의 대화도 시작했다.


4. 9월 23일 :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검찰은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추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한편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다. 조 장관 딸과 아들을 불러 조사한 것은 물론 지난 3일에는 조 장관 부인을 조사하기도 했다. 조 장관 가족 관련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실소유자로 지목된 5촌 조카 조 모씨 등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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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오전 검찰 수사관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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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장관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와중에 조 장관이 압수수색을 맡은 수사팀장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 장관은 아내의 건강을 염려해 통상적인 대화를 했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에선 수사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취임 이후에도 조 장관 임명과 관련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집회도 이어졌다. 조 장관과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이들은 서초동,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은 광화문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5. 10월 14일 : 검찰 개혁 세부안 및 전격 사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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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있다. [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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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취임 한 달째인 지난 8일 특수부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의 청사진을 직접 발표했다. 6일 뒤인 14일에는 특수부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서울·대구·광주 3개 검찰청에만 부서를 남기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5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엔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 퇴근길에서 "법무부 혁신과 검찰 개혁의 과제는 저보다 훌륭한 후임자가 맡으실 것이고, 국민들이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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