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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목표 달성은커녕…" 기업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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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증권가는 오는 24일 발표하는 포스코의 3분기 실적을 매출 16조5387억원, 영업이익 1조164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제자리(0.8% 상승)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3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 감소율이 5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은 인상됐지만 조선·자동차·건설 등 철강 제품 수요처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제품 가격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 회사들의 실적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나 감소해 반 토막이 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을 쓰는 산업 분야의 거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대외 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사실상 실적 반등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기업 62.5%, "목표치 달성 어렵다"

정부·청와대에서는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며 경제 위기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올해 국내 기업의 실적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제조기업 3곳 중 2곳은 "연초에 세운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근접하거나 달성 가능하다"는 응답은 35.1%, "초과 달성"은 2.4%에 불과했다.

국내 제조기업들은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로 '내수시장 둔화'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 고용 환경 변화'를 들었다. 기업들은 미·중 무역 분쟁 등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경제 둔화 등 외부 요인보다는 내부 요인을 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경기도에 있는 전자부품업체 A사는 작년 대비 30% 가까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A사 임원은 "정부에서는 '경제가 튼튼해지고 있다'며 희망 고문을 하지만, 생산비는 높아지고 시장은 쪼그라드니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 상황도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작년과 비교한 올해의 투자 추이'에 대한 물음에 '별 차이 없다'(58%)는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악화됐다'(31%)는 기업이 '호전됐다'(11%)는 기업의 3배에 가까웠다. 인천의 중소 철강업체 B사는 신규 투자는커녕 기존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매출 실적 없이 유지비만 지출했을 정도다. B사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3억원 투자하면 10억원 매출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섰는데, 지금은 한 치 앞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앞으로가 더 좋지 않다"

기업들은 4분기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지난 분기보다 1포인트 떨어진 72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100을 웃돌면 4분기 경기를 3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밑돌면 그 반대다. 올 2분기 87까지 반짝 상승했으나, 다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원자재값 변동성, 노동 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 민간 부문의 성장 모멘텀을 악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의 경기 전망은 동반 하락했다. 4분기 수출 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지난 분기보다 3포인트 떨어진 85, 내수 부문은 1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국 모든 곳이 기준치에 못 미쳤다. 특히 자동차·부품, 기계 업종이 밀집해 있는 전북(51)과 경남(61), 대구(61)의 체감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제약(113)업종이 유일하게 기준치를 넘겼다. 철강, 정유·석화, 자동차·부품, IT·가전, 기계, 조선·부품 등 나머지 모든 주력 제조업종에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기업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고용·노동정책 탄력 적용’(45.9%), ‘파격적 규제 개혁’(23.5%), ‘자금 조달 유연화’(21.2%) 등을 들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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