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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조국 '전격사퇴'…文대통령 "꿈같은 희망, 국민께 송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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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민심 악화, 임명 35일만.."조국 뜨거운 의지, 개혁 큰 동력"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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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사퇴했다. 지난달 9일 임명된 후 35일, 8월9일 지명 후 66일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정부는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장관이 사퇴 직전 발표한 검찰개혁안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찬반으로 첨예하게 갈렸던 여론에 대해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제는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주시기 바란다.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면서도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장관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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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퇴 의사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검찰 개혁에 대한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로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 개혁 절실함에 대해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2019.10.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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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조합을 꿈꿨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소회는 이 한마디에 함축됐다. 최근 가파르게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하락했다. 핵심 지지층은 견고하다 해도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한 어젠다에 대한 국정동력마저 상실되는 것을 방치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올 수 있었다. 이런 판단이 조국 장관 자신의 결정은 물론, 이를 수용한 문 대통령 입장에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속절없이 하락 文 국정 지지도, 대선득표율 깨져 =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3시, 예정보다 1시간 미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앞서 2시 조 장관이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며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14일 사퇴 ‘타이밍’은 여권에도 예상밖으로 여겨질 만큼 전격적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여권의 극소수 인사들과는 교감이 있던 걸로 보인다. 조 장관 임명 후 정부 운영의 동력인 국민 지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조 장관의 거취로 매듭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갤럽 기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8월 1주차 48%에서 9월 3주차 40%까지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치다. 투표 득표율과 전화로 답하는 여론조사 수치를 직접 비교하긴 무리다. 그럼에도 19대 대선때 문 대통령 득표율인 41.1%까지 하락하거나 그 아래로 갈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이때 부정 평가는 53%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의 조사는 더욱 극적이다. 14일 발표된 10월 2주차 주중집계(YTN 의뢰) 결과, 문 대통령의 취임 127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떨어져 41.4%로 조사됐다. 2주 연속 취임 후 주간집계 기준 최저치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8월 첫주는 긍정평가가 50.4%였다. 조국 장관을 포함한 8·9 개각 발표 후 이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갤럽과 리얼미터의 조사 상세내용은 각 사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국정수행·개혁동력 전반 약화..반전 계기 필요 = 이런 결과는 민심 이반이 심각한 걸 보여준다. 문 대통령의 ‘정면돌파’는 먹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역과 기업 현장을 방문, 발로 뛰는 경제 올인 행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민생, 경제, 외교 등 다른 과제들을 수행할 힘이 현격히 떨어질 위기가 감지됐다. ‘조국 문제’를 풀지 않은 채 다른 데서 만회를 기대하기 어렵단 회의론도 나왔다.청와대로선 검찰개혁이나 ‘조국 지키기’만이 국정의 전부는 아닌데 이로 인해 소모되는 국가적 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며 ‘조국 이후’를 봤다.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주요한 두 국정과제로 검찰개혁과 함께 공정 가치 실현을 꼽았다. 법무부에는 10월중에 각종 규정 정비, 필요하다면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치라는 고강도 주문을 했다. 검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담도 커졌다. 문 대통령은 크게 보면 검찰개혁에선 법무부-검찰이 한 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총장도 비상한 각오로 개혁에 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언론에 자기개혁을 당부했다.

◇“나는 도구” 말했던 조국 “불쏘시개..쓰임 다했다” =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사퇴발표를 조 장관 본인의 결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장관은 당초 자신을 법무장관에 천거하는 데 강하게 고사한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민정수석으로서 착수한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설득에 뜻을 바꿨다.

예상밖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검찰수사까지 이어지자 조 장관은 인간적인 고뇌를 여러차례 털어놨다. 물러난 후 가족을 지키고 싶지만 검찰개혁이라는 ‘임무’ 때문에 버틴다는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그는 자신을 검찰개혁의 “도구”로 규정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검찰개혁과 법무혁신의 도구라 생각한다”며 “제 쓰임이 있을 때까지 쓰이는 것이고, 쓰임이 다 이뤄져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이 이뤄지면 제 소임을 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구는 쓰임이 다하면 교체해야 한다. 사퇴 등 거취 결정을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이날 사퇴의 변에서 “저의 쓰임은 다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며 “꿈”을 언급했다. 검찰개혁의 드림팀을 기대했던 소회, 조 장관의 뜻을 존중한다는 의미, 여기에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함께 담은 걸로 풀이된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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