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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국 떠난 법조계 새 화두는 '판결문 공개·전관예우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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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의원, 법원 국감서 "판결문 공개 왜 소극적이냐" 질타 / 김명수 대법원장조차 "판결문 공개하면 전관예우 없어질 것"

‘조국 사태’를 마무리지은 법조계에서 ‘판결문 공개 확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속 여부야 일반인의 삶과 별 관계가 없으나, 판결문 공개 확대는 법조인들은 물론 각종 민·형사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 중인 평범한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은 올해 초 창간 30주년을 맞아 연재한 특집 시리즈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를 통해 법원 판결문 전면 공개를 촉구한 바 있다. <세계일보 5월7일자 1·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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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서 질의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뉴시스


◆법원장 "판사들, 본인 판결 노출에 부담감이 큰 듯"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조 전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사의를 밝힌 가운데 서울고법과 산하 지방법원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사위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적극적인가,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 의원은 “헌법 109조에 의하면 재판의 심리는 예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지만 판결은 예외 없이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며 “법원행정처와 얘기해보면 ‘판결문 공개에 법관들의 부정적 여론이 높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결문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흥준 서울남부지법원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판사가 본인의 판결이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금 의원은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를 판결문 비공개 사유로 들고 있다”며 “재판장이 불특정 다수가 방청하는 법정에서 판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 한 자 낭독하면 그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느냐”, “법원도서관에 있는 판결문 검색 전용 컴퓨터에서 비실명화 판결문을 보고 임의어 검색을 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냐” 등 송곳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 법원장은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개인정보법 위반에 해당한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판결문 전체를 오픈(공개)하는 것과 제한적 장소, 방법에 의해 특정 목적에 따라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을 똑같이 보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다소 애매하게 답변했다.

금 의원은 “우리나라에 변호사가 2만명인데 (판결문을 보려면) 법원도서관에 있는 컴퓨터 4대만 갖고 나눠 봐야한다”며 “검사나 검찰 수사관은 킥스(KICS·형사사법포털)를 통해 얼마든지 (판결문) 검색이 가능한 반면 일반 국민과 변호사들은 왜 판결문을 못 보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법원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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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장 "판결문 공개, 전관예우 예방에 특효"

판결문 공개 확대가 왜 필요한지 이유와 관련해 금 의원은 전관예우 예방 효과를 들었다. 그는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면 전체 판결문 중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리하는 사건이 몇 개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전관예우를 의심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식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16일 광주를 방문해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한 자리에서 “판결의 투명성을 위해 판결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이고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이므로 이른 시일 안에 많은 국민이 판결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공개하면) 법관이 내리는 결론뿐 아니라 그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기 때문에 전관예우 등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직 법관 거의 대부분이 ‘전관예우는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가운데 사법부 수장의 입에서 ‘전관예우가 없어질 것’이란 취지의 발언이 나온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은 특집 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법관이 아닌 이가 법원 판결문을 검색·열람하는 것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면 전관예우 예방 효과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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