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으로 드러난 웅동학원 채용비리 실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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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한 사학법인 웅동학원의 채용비리 실태가 공개됐다. 조 전 장관 동생인 조모(52)씨는 중학교 교사 채용 대가로 직접 1억원을 제안하고 지원자 부모가 망설이자 2000만원을 깎아주기도 했다. 채용 필기시험 문제는 조 전 장관의 아내이자 당시 웅동학원 이사 정경심(57) 교수가 재직하던 동양대에서 출제했다. 조씨가 빼돌린 채용 시험지를 보관하고 있던 건 모친인 박모(81)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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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불공정 채용에 40명 넘게 지원
16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웅동학원 채용비리 관계자 2명에 대한 공소장을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씨에게 교사 지원자들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아 준 박모씨와 조모씨는 지난 15일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채용비리 주범인 조씨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법원은 지난 9일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웅동학원 정교사 채용에 지원한 사람은 총 40명이 넘는다. 이들은 1차 필기 시험지나 2차 면접 질문 내용이 특정인에게 유출된 것에 대해 알지 못하고 전형에 참가했다. 공정하게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들러리를 세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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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동양대, 유출 시험지 보관은 어머니
검찰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씨가 빼돌린 웅동중 교사 채용 시험 문제를 조 전 장관 부인 정 교수가 근무하는 동양대에서 출제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 전 장관의 모친 박 이사장은 시험문제의 사전 유출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동양대 측에 직접 출제를 의뢰하고 시험지와 답안지도 직접 받아 집 안에 보관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시험 시작 1시간 전에 학교 측에 시험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시험을 관리해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 교수와 박 이사장 등 조 전 장관의 다른 가족들이 채용비리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동생이 받은 돈의 일부가 박 이사장에게 송금된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조씨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그는 조씨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기소된 또 다른 조씨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활동해 온 사람으로 박씨 아들이 야구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들은 2015년부터 만나 2016년 8월까지 웅동중학교 야구부 창단을 함께 추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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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주고 교사 되고 싶은 사람 알아봐라"
2015년 조 전 장관 동생은 박씨에게 “웅동중학교 정규직 사회 교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 돈을 주고서라도 희망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며 “그 돈을 받아다 주면 소개료를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박씨는 이 제안을 함께 기소된 조씨에게 전달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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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조씨는 2015년 12월 A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재학 중인 조카를 통해 같은 학교 교육학과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정교사 채용을 원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박씨와 조씨, 조 전 장관 동생은 창원 시내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지원자 부모를 만나 2016년 신규교사 채용 대가로 1억3000만원을 제안했다.
이들은 착수금으로 1000만원짜리 수표 3장(총 3000만원)을 받은 뒤 1차 필기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주면서 1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은 모친의 집에 보관중이던 시험지를 입수해 이를 전달했다고 한다. 2차 수업 실기 과제와 면접을 앞두고는 어떤 과제가 나올지와 정해진 면접 질문을 알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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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까지 미리 받은 지원자, 시험 100점
1차 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사전에 받은 지원자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당시 채용에 지원해 시험을 본 응시자는 총 24명이다. 이 지원자는 이후 2차 실기와 면접 시험의 질문을 아는 상태로 시험을 봐 최종 합격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한 2차 응시자는 5명으로 이 지원자는 최고점인 95.5점(차점자는 91점)을 받았다.
지난 8월 경남 창원시 두동에 위치한 웅동중학교 모습. 웅동중학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 소유의 학교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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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망설이자 수천만원 깎아주기도
조 전 장관 동생과 그 공범의 범행은 2016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또 박씨를 통해 다른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지원자의 아버지를 소개받았다. 조 전 장관 동생은 지원자의 아버지가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망설이자 채용 대가로 받는 돈을 8000만원으로 깎아주기도 했다.
조 전 장관 동생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법으로 해당 지원자가 지원하기 전 1000만원을 미리 받은 뒤 1차 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 지원자가 만점으로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자 조 전 장관 동생 등은 성공보수 명목으로 7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당시 1차 시험 응시자는 총 18명이다. 2차 시험 역시 사전에 문제를 알려주고 진행됐고 총 8000만원을 건넨 지원자가 최종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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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주며 "잠잠해질 때까지 나가 있어라"
조 전 장관 동생은 2019년 8월 ‘조국 동생, 교사 2명 1억씩 받고 채용’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박씨에게 시켜 조씨를 만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받아 오도록 지시했다. 또 이들에게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필리핀으로 나가 있으라”는 지시를 했다.
조 전 장관 동생은 박씨에게 350만원을 건네주면서 300만원은 조씨의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조씨는 실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가 돌아왔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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