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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교사채용 대가로 1억 부른 조국동생, 2000만원 깎아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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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으로 드러난 웅동학원 채용비리 실태

중앙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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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한 사학법인 웅동학원의 채용비리 실태가 공개됐다. 조 전 장관 동생인 조모(52)씨는 중학교 교사 채용 대가로 직접 1억원을 제안하고 지원자 부모가 망설이자 2000만원을 깎아주기도 했다. 채용 필기시험 문제는 조 전 장관의 아내이자 당시 웅동학원 이사 정경심(57) 교수가 재직하던 동양대에서 출제했다. 조씨가 빼돌린 채용 시험지를 보관하고 있던 건 모친인 박모(81) 이사장이다.



두 차례 불공정 채용에 40명 넘게 지원



16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웅동학원 채용비리 관계자 2명에 대한 공소장을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씨에게 교사 지원자들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아 준 박모씨와 조모씨는 지난 15일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채용비리 주범인 조씨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법원은 지난 9일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웅동학원 정교사 채용에 지원한 사람은 총 40명이 넘는다. 이들은 1차 필기 시험지나 2차 면접 질문 내용이 특정인에게 유출된 것에 대해 알지 못하고 전형에 참가했다. 공정하게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들러리를 세운 셈이다.



출제 동양대, 유출 시험지 보관은 어머니



검찰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씨가 빼돌린 웅동중 교사 채용 시험 문제를 조 전 장관 부인 정 교수가 근무하는 동양대에서 출제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 전 장관의 모친 박 이사장은 시험문제의 사전 유출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동양대 측에 직접 출제를 의뢰하고 시험지와 답안지도 직접 받아 집 안에 보관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시험 시작 1시간 전에 학교 측에 시험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시험을 관리해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 교수와 박 이사장 등 조 전 장관의 다른 가족들이 채용비리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동생이 받은 돈의 일부가 박 이사장에게 송금된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조씨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그는 조씨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기소된 또 다른 조씨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활동해 온 사람으로 박씨 아들이 야구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들은 2015년부터 만나 2016년 8월까지 웅동중학교 야구부 창단을 함께 추진하기도 했다.



"1억 주고 교사 되고 싶은 사람 알아봐라"



2015년 조 전 장관 동생은 박씨에게 “웅동중학교 정규직 사회 교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 돈을 주고서라도 희망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며 “그 돈을 받아다 주면 소개료를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박씨는 이 제안을 함께 기소된 조씨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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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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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조씨는 2015년 12월 A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재학 중인 조카를 통해 같은 학교 교육학과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정교사 채용을 원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박씨와 조씨, 조 전 장관 동생은 창원 시내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지원자 부모를 만나 2016년 신규교사 채용 대가로 1억3000만원을 제안했다.

이들은 착수금으로 1000만원짜리 수표 3장(총 3000만원)을 받은 뒤 1차 필기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주면서 1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은 모친의 집에 보관중이던 시험지를 입수해 이를 전달했다고 한다. 2차 수업 실기 과제와 면접을 앞두고는 어떤 과제가 나올지와 정해진 면접 질문을 알려주기도 했다.



답지까지 미리 받은 지원자, 시험 100점



1차 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사전에 받은 지원자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당시 채용에 지원해 시험을 본 응시자는 총 24명이다. 이 지원자는 이후 2차 실기와 면접 시험의 질문을 아는 상태로 시험을 봐 최종 합격했다. 1차 시험에 합격한 2차 응시자는 5명으로 이 지원자는 최고점인 95.5점(차점자는 9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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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남 창원시 두동에 위치한 웅동중학교 모습. 웅동중학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 소유의 학교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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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망설이자 수천만원 깎아주기도



조 전 장관 동생과 그 공범의 범행은 2016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또 박씨를 통해 다른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지원자의 아버지를 소개받았다. 조 전 장관 동생은 지원자의 아버지가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망설이자 채용 대가로 받는 돈을 8000만원으로 깎아주기도 했다.

조 전 장관 동생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법으로 해당 지원자가 지원하기 전 1000만원을 미리 받은 뒤 1차 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 지원자가 만점으로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자 조 전 장관 동생 등은 성공보수 명목으로 7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당시 1차 시험 응시자는 총 18명이다. 2차 시험 역시 사전에 문제를 알려주고 진행됐고 총 8000만원을 건넨 지원자가 최종 합격했다.



300만원 주며 "잠잠해질 때까지 나가 있어라"



조 전 장관 동생은 2019년 8월 ‘조국 동생, 교사 2명 1억씩 받고 채용’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박씨에게 시켜 조씨를 만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받아 오도록 지시했다. 또 이들에게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필리핀으로 나가 있으라”는 지시를 했다.

조 전 장관 동생은 박씨에게 350만원을 건네주면서 300만원은 조씨의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조씨는 실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가 돌아왔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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