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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앙의료원 의사, 무연고자 동공 풀려도 뇌수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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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38명 '무리한 뇌수술' 관련 증언 잇따라

"혈관 조영제 안 들어가는 '뇌사' 환자도 수술"

"주변서 말려도 '책임 질거냐'식 강행" 지적도

관계자 "내가 환자라면 그런 수술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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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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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 A 의사는 남성 뇌출혈 환자(70)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뇌혈관 조영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조영제가 뇌혈관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조영제가 혈관에 들어가지 않으면 뇌사(腦死) 상태로 판단한다. 하지만 A 의사는 환자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택했다. 하지만 머리를 열었을 때 뇌압이 너무 높아 별다른 조치를 못 하고 다시 닫아야 했다. 결국 이 환자는 수술 당일 숨졌다. 보통 뇌 수술 후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하는데, 이것도 하지 않았다.

A 의사가 2015~2018년 노숙인·무연고자 등 환자 38명에게 무리하게 뇌 수술한 의혹이 있다는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의 지적<중앙일보 10월 9일자 8면 보도> 이후 수술의 문제점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70세 남성 환자 사례는 한 제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한 상세 자료에 담겨있다. 중앙의료원 측은 "응급 단계서 뇌사 판정이 불가능하고, 주치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앙의료원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무리한 수술이 맞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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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 A 의사가 2016년 본인 SNS 계정에 올렸던 환자 뇌 수술 부위 사진. [자료 김순례 의원실]

관계자 B씨는 "환자의 응급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A 의사가 수술을 충실히 하고 그 후에도 의학적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두술 등은 아무리 빨리 끝나도 30분 정도로 마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술 직전에 동공이 풀렸거나 조영제가 혈관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뇌사 판정이 없어도 뇌사에 준한다고 보기 때문에 무조건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이 지난주 공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A 의사가 수술한 환자 중 17명은 CT를 찍지 않았다. CT 자료가 없다 보니 일부 환자는 어디를 수술했는지도 불명확하다. 5명은 1시간 내로 수술이 마무리됐고 1~2시간도 12명에 달했다. 권익위 신고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A 의사가 수술한 뇌출혈 환자(85)는 곧바로 혈압이 떨어져 29분 만에 피부를 봉합했다. 그 역시 수술 후 CT 촬영 없이 다음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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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에서 뇌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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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뇌 수술이 최근까지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올해도 A 의사가 뇌사 상태인 환자를 계속 수술했다. 한 환자는 1시간 수술 중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당일 숨졌고, 수술 후 CT 검사도 없었다"면서 "본인 수술 실적 올리는 데 바빠서 환자 상태를 잘 챙기지 않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A 의사가 동료 만류에도 불구하고 뇌 수술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A 의사는 응급이란 명목으로 낮에 온 환자도 굳이 밤에 몰아서 수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학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환자라 주변에서 말려도 ‘너가 책임질 거냐’ 식으로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의사는 응급 환자라 수술을 빨리 끝냈다고 하지만 수술 빨리해서 살아난 사람이 있나. 환자가 피 많이 흘리고 고생하면서 숨지는 것보다 몇 시간이라도 가족이 지켜보다 가는 게 더 맞다고 본다. 내가 그 환자 상황이라도 이런 수술은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수술은 치료 효과가 기대될 때 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뇌사 상태로 확인됐다면 수술 의미가 없고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이 제기돼도 중앙의료원 측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앙의료원이 16일 김순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권익위나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사안이 공식 이첩된 사실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복지부는 비윤리적 의료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A 의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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