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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취재파일] 미세먼지 '좋음'은 건강에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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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좋음' 미국, 연평균 3만 명 이상 조기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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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푸르고 이따금 흘러가는 구름은 하얗기만 하다. 미세먼지 농도 또한 전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말 가을 나들이에 더없이 좋은 토요일(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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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가 어쩌다 '나쁨' 수준까지 올라간 적도 있지만, 6월 1일부터 10월 중순 현재까지 대부분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지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6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140일 동안에 초미세먼지(PM 2.5) '나쁨'이 나타났던 날은 6월 5일과 6일, 7월 14일과 17일, 18일 등 모두 5일에 불과하다. 140일 동안에 절반이 넘는 72일은 '좋음' 수준이었고 '보통'인 날이 63일 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월평균 농도를 봐도 기록적인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3월이 가장 높은 45㎍/㎥까지 치솟은 반면 9월은 가장 낮은 12㎍/㎥, 8월은 16㎍/㎥를 기록했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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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과 초가을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보통'인 날은 미세먼지 걱정을 안 해도 될까?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인 날은 건강에도 좋을까? 물론 '나쁨' 수준보다 '좋음'이나 '보통' 수준이 건강에 덜 해롭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

● 미세먼지 '좋음' 건강에도 좋을까?…미국 연평균 3만 명 이상 조기 사망

미세먼지 '좋음'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해 볼 수 있는 단적인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 3천여 카운티(county)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PM 2.5)가 사망률과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연평균 3만 명 이상이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ennett et al., 2019). 미국의 미세먼지 오염 농도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거의 청정 지역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로 인해 수명이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7년 동안 각 카운티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사망원인, 교육과 소득 수준, 흡연 정도, 직업 유무, 인종 구성, 평균 온도와 습도 등 다양한 것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결과 우선 미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에 13.6㎍/㎥이었던 미국의 전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에는 8.0㎍/㎥로 감소했다.

1999년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카운티는 캘리포니아 주 프레즈노(Fresno) 카운티로 22.1㎍/㎥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카운티는 캘리포니아 주 툴레어(Tulare) 카운티로 13.2㎍/㎥까지 낮아졌다. 농도가 가장 낮은 카운티는 애리조나 주 아파치(Apache) 카운티로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과 월평균이 조금 다른 점이 있지만 수치상으로만 보면 2015년 현재 미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올해(2019) 우리나라에서 초미세먼지가 가장 낮았던 9월(12㎍/㎥)보다도 농도가 낮은 것이다. 농도는 당연히 지역에 따라 또 시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단순히 미세먼지 평균 수치로만 보면 1년 내내 우리나라 초가을 보다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2015년 현재 미국에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인 10㎍/㎥를 넘어서는 카운티는 단 9%에 불과하고 89%는 5~10㎍/㎥인 것으로 나타났다. 2%는 5㎍/㎥ 미만이었다. 현재 미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은 12㎍/㎥다.

연구팀은 2015년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애리조나 주 아파치 카운티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다른 카운티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기대수명이 얼마나 감소하게 되는지 분석했다.

분석결과 미국에서 여성의 경우 연평균 1만 5,612명, 남성의 경우 1만 4,757명 등 모두 3만 369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여성의 경우 기대수명이 0.15년 줄어들고, 남성의 경우는 여성보다 조금 작은 0.13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LA 주변 지역에서 0.3년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칸소 주와 오클라호마 주, 앨라배마 주 같은 남부지역에서 기대수명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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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농도 뿐 아니라 미세먼지 '좋음'에 대한 대책도 필요

현재 우리나라 각 지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 안팎이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청정지역에 가깝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국의 환경 기준치(12㎍/㎥)를 만족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기대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과 봄철에 대해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미세먼지 시즌제를 비롯한 각종 고강도 저감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겨울철과 봄철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뿐 아니라 여름철과 가을철 '좋음' 수준의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전환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좋음' 수준도 건강에는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만큼 조기 사망자는 줄어들고 기대수명은 늘어난다.

<참고문헌>
* Bennett JE, Tamura-Wicks H, Parks RM, Burnett RT, Pope CA, III, Bechle MJ, et al. (2019) Particulate matter air pollutionand national and county life expectancy loss in the USA: A spatiotemporal analysis. PLoS Med 16(7): e1002856. https://doi.org/10.1371/journal.pmed.1002856

(사진=연합뉴스)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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