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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설리는 노출 관종" "공유, 곧 가실 분"···좌표찍기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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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설리. [사진 JTBC2 ‘악플의 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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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진실 사망 11주기인 올해, 연예인 설리가 세상을 등지면서 댓글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씨와 설리는 죽기 직전까지 네티즌들의 집요한 악플에 시달렸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포털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이를 찾아가 악플을 다는 식의 ‘좌표 찍기’가 인신공격성 댓글이 퍼지는 대표 경로로 지적된다.



노출 사고에 “변태다” “관종이냐”



설리는 지난달 29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던 도중 가슴이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한 커뮤니티에는 방송사고 당일 "논란의 아이콘 설리, 이번엔 라이브 방송 중 가슴 노출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 행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연예 뉴스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게시글 본문에는 네이버 기사 링크와 함께 "설리가 또 뭐햇나보군요;;;"란 짧은 글만 있었지만, 조회 수는 8545회를 기록했다. "볼 게 없네요;" "17초에서 28초 사이였나(노출 장면이)" 등 조롱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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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관련 기사를 공유한 커뮤니티 글.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포털에 올라온 기사 링크만 걸어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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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기사 댓글 분위기도 비슷했다. "요즘 구혜선한테 관종이미지 뺏기니 다시 등장 (펌)" "설리 정도면 정신과 상담이 필요해 보임"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올해 5월에 쓰인 “설리, 노브라로 거리 활보…"시선 강간 싫어" 발언 후 변함없는 당당 행보”기사의 네이버 링크 댓글 분위기도 비슷하다. “당당한 노출증 환자들을 세간에서는 변태라고들 하지”라는 등 공격이 이어졌다.



기사 링크만 올렸을 뿐인데... 인신공격 댓글 줄줄이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연자들도 최근 '좌표찍기'의 표적이 됐다. 17일 올라온 한 커뮤니티 게시글은 <공유 "'82년생 김지영' 향한 일련의 논란,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란 기사 링크를 소개했다. 여기선 "네 다음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 존경하는 놈" "남페미(남성 페미니스트)는 뭐다? 곧 가실 양반" "공유비ㅂㅂ" "정유미하고 세트로 페미로 망가져버렷....." 과 같은 배우 공유를 겨냥한 댓글이 이어졌다.



욕설에 가까운 커뮤니티 '베스트 댓글'



배우 서지혜는『82년생 김지영』책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을 때 댓글 공격에 시달렸다. 서지혜는 이 사진에 악성댓글이 이어지자 이를 지웠다.

이후 <서지혜, '82년생 김지영' 사진 올렸다 악플 받고 삭제>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가 커뮤니티에 걸렸고, 또 악플이 쏟아졌다. "얼굴은 참이쁜데 골이..." "페미여신에 또 한 명 추가되겠네 잘 가라" 등이다.



"댓글 폭력이 오프라인 폭력보다 심각"



올해 2월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1만4661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악플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설리 본명)법을 만들어주세요'(15일) '설리의 사망으로 인해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을 개정해주셨으면 합니다'(16일) 등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댓글 폭력이 오프라인 폭력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오프라인보다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데다 군중심리가 발휘되면서 폭력성은 극대화되고, 상대방의 고통 받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말은 더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댓글 다는 사람은 글 한 줄 쓰는 거라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며 "실제 처벌도 관대한 점이 악성 댓글에 대한 문제 의식을 흐리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곽 교수는 또 “피해자 입장에선 누가 내 비방 글을 보지 않았을까, 저 사람도 악플을 달았을까 하는 피해 의식이 생겨 더 괴로워 진다”며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댓글 실명제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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