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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생활고·부패에 성난 중동 민심…이집트·이라크 이어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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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활용한 국민의 자발적 시위…레바논에선 축제분위기도

IMF 지원받은 이집트·레바논, 긴축정책으로 민심 악화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최근 중동에서 기득권 정치 세력에 분노한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 부패 청산과 경제난 해결을 요구하는 민심이 이집트에 이어 이라크와 레바논에서도 폭발했다.

지난 17∼20일 지중해 연안의 국가 레바논에서 시민들이 수도 베이루트, 북부도시 트리폴리 등 각지에서 내각 사퇴를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였고 집회 규모는 일요일인 20일 수십만명에 달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지난 17일 정부가 내년부터 왓츠앱 등 레바논 국민이 많이 쓰는 메신저 프로그램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동안 경제난에 따른 생활고와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며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약 37%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레바논 정부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구제 자금을 받은 대가로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시위에 놀란 레바논 정부는 21일 긴급 내각회의를 열고 국회의원과 장관들의 월급 삭감, 재정적자 대책 등 경제개혁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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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의 반정부 시위[EPA=연합뉴스]



이번 시위는 특정 정파나 세력의 주도가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군중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현장에서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방송은 "레바논 국민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에 상관없이 정치 엘리트들에 맞서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베이루트에서 시위에 참여한 인테리어 건축가 셰린 샤와(32)는 "나는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나서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레바논에 앞서 이달 초에는 이라크에서 반정부 시위가 있었다.

이라크 국민은 지난 1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수도 바그다드 등 곳곳에 모여 민생고 해결을 외쳤다.

이들의 요구는 실업난과 수도·전기 등 공공서비스 부족, 정부의 만성적인 부패에 대한 항의였다.

레바논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시위 역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것이다.

이라크 정부기구인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시위를 진압하려는 과정에서 군경의 발포로 최소 108명이 숨지고 6천여명이 부상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지난 9일 대국민 연설에서 내각 개편과 부패 청산을 위한 개혁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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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시위[AFP=연합뉴스]



지난달에는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례적으로 발생했다.

9월 20∼2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북부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 여러 도시에서 수백명이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 일주일 뒤인 지난달 27일에도 카이로 등에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있었다.

결국 이집트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제한하고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등 주요 공공장소에 경찰을 대거 배치해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2014년 취임한 엘시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로 시민사회와 야당의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위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국민의 호응으로 이뤄졌다.

이번 시위는 스페인에 망명 중인 이집트 사업가인 모하메드 알리가 9월 초 소셜미디어에 엘시시 대통령과 군부의 부패를 비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특히 물가 급등과 실업률 등 경제난에 억눌렸던 민심을 반영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긴축재정과 경제개혁을 이유로 휘발유, 수도, 전기, 지하철 요금을 줄줄이 올리면서 국민의 불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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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는 시민들[EPA=연합뉴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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