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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냐 스릴러냐…볼수록 빠져드는 ‘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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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껑충 오른 수목드라마

멜로와 연쇄살인 미스터리 결합

재벌남 아닌 직진남 순애보에

휴머니즘 스토리로 공감대 넓혀

중앙일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고아원 출신 미혼모 동백(공효진)을 사랑하는 시골 마을 순경인 용식(강하늘)은 순박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재력이나 스펙은 보잘 것 없지만 연인에게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며 응원하는 캐릭터다.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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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까불이’는 누구인가.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이 끝나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토론 주제다. 가상 시골 마을 충청도 옹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술집 카멜리아 사장 동백(공효진)과 파출소 순경 황용식(강하늘)을 주축으로 한 로맨스물임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연쇄살인범 까불이에 쏠려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까불이 후보는 파출소 소장, 철물점 흥식, 흥식 아버지, 야구부 코치, 떡집 아저씨 등으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랑 찾기보다 후보군이 더 광범위하다.

‘누가 죽었나’도 미스터리다. ‘동백꽃’은 첫 회부터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한 여성의 팔목이 등장해 충격을 줬다. 이후 숨진 여성이 차고 있던 팔찌의 주인이 동백으로 밝혀지며 ‘공효진 죽음’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으나, 최근엔 동백 대신 향미(손담비)나 동백 엄마(이정은)가 죽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추리게임에 힘입어 첫회 6.3%(닐슨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최근 14.9%까지 뛰어올랐다. 당초 16부작(프리미엄 중간 광고로 1부를 2회로 나눠 32회 방영)으로 편성됐던 드라마는 20부작(40회)으로 연장됐다.

끔찍한 연쇄 살인사건을 등장시키지만 ‘동백꽃’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재미있다. 제작발표회에서 차영훈 PD는 작품의 성격에 대해 “넷 만큼의 멜로, 넷 만큼의 휴머니즘, 둘 만큼의 스릴러인 4-4-2 포메이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종의 ‘보급형 스릴러’를 표방한 것이다. ‘동백꽃’의 임상춘 작가와 차 PD는 2016년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사이다. 조용한 섬마을에 18년 만에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백희의 ‘남편 찾기’가 ‘범인 찾기’로 확장된 모양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스릴러와 로맨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각각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동백꽃’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그 덕에 ‘동백꽃’은 그동안 장르물 시청과 거리가 있었던 중장년 시청자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그간 OCN 등을 통해 장르물 매니어층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보다 넓은 시청자와 만나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접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스릴러를 메인이 아닌 서브플롯으로 가져가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남주인공 용식의 신선한 매력도 ‘동백꽃’의 흥행비결이다. 용식은 전문직도, 재벌 2세도, 나쁜 남자도 아닌, 그냥 ‘촌놈’이다. 고아원 출신 미혼모 동백 역의 공효진이 전형적인 캔디형 여주인공인데 반해 독창적인 캐릭터다.

용식은 자신의 엄마(고두심)조차 “좀 촌스럽고 요즘 좋아하는 낭창한 맛은 없이 엄지발가락 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외모를 가졌고, 학교 다닐 때 ‘꼴등’을 했을 만큼 공부도 못했다. 하지만 동백을 만나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보여준 그의 ‘직진 순애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을 만큼 강력했다. 평생을 주눅 들어 살아온 동백을 용식은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오늘 기분 빡친다 싶으면 혼자 쭈그러들지 말고 냅다 나한테 달려오면 된다”는 그는 동백에게 “대출도 안나오는 내 인생에 보너스 같은 사람”이 됐다.

그동안 착하고 순박하지만 ‘스펙’은 변변찮았던 남주인공이 없었던 건 아니다. KBS1 ‘웃어라 동해야’의 동해(지창욱), MBC ‘오자룡이 간다’의 오자룡(이장우) 등이 그 대표격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사실은 재벌 핏줄’ 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허나 총 40회 중 이제 꼭 절반이 남은 ‘동백꽃’에서 용식의 출생 비밀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그 시대의 판타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용식의 부상은 이제 신분 상승의 판타지 대신 ‘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응원하는 캐릭터에 대한 판타지가 통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짚었다.

용식을 ‘세상에 없던 남주인공’으로 만든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몹시 ‘경우 바른’ 엄마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딱한 처지의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졌을 때 등장하는 남주인공의 엄마는 뻔했다.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물불 가리지 않으며 안하무인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둘이 썸을 타기 전부터 ‘동네 왕따’ 동백에게 유일한 친구가 돼줬던 용식 엄마 덕순은 아들이 ‘애 딸린 술집 주인’을 좋아한다는 소식 앞에서도 인격의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둘 사이를 축복하거나 ‘너희 인생이니 너희 맘대로 하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다. “내 싸가지가 이만큼”이라고 도리어 면목 없어 하며 “남의 자식 키우는 힘든 길을 어떻게 내쳐 가라겠니”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을 땐 동백도, 시청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상춘 작가가 자신의 장편 데뷔작 ‘쌈, 마이웨이’(2017)를 통해 보여줬던 따뜻한 포용력이 ‘동백꽃’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임 작가는 성별·나이 등이 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중성적인 필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30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영·민경원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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