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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동성 부부 만난 대통령…차별금지법은 아직 멀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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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뉴질랜드 대사와 동성 배우자도 청와대 초청

다음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행진 “정부, 법 제정 실행 계획 안 보여”

대통령 “동성혼, 국민적 합의가 우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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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 히로시와 함께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뵙게 되어 커다란 영광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덕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19일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터너 대사가 동성 배우자와 함께 청와대에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이 언론에 비치자, 숱한 국내 성소수자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집권여당조차 ‘차별금지법’ 논의를 외면하는 국내 정치권의 현실을 자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1일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터너 대사의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는 외교관의 동성 배우자로는 처음으로 배우자 지위를 인정받아 18일 공식 외교행사인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에 참석했다. 그동안 외교관의 동성 배우자는 ‘대한민국 주재 외국 공관원 등을 위한 신분증 발급과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배우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동성혼을 인정하는 국가에서 인정받은 법적 혼인관계의 배우자라고 해도, ‘대한민국 법률에 위배되거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배우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외교관의 동성 배우자는 일종의 피고용인 지위로 입국해야 했으나, 터너 대사 부부의 경우 정부가 지침을 바꿔 뒤늦게 배우자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정부의 이런 전향적 방침을 놓고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류민희 변호사는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류 변호사는 “오스트레일리아·독일·미국 등 한때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았던 나라나 인도처럼 현재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는 나라에서도 파견국 법률에 따라 (외교관의 동성 배우자를) 인정한 예는 많다. 외교관 의전 차원을 넘어 동성혼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는 점도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터너 대사가 한국 정부의 ‘관용’을 놓고 트위터에서 기쁨을 나타낸 19일 서울 한복판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2019 평등 행진’ 행사가 열렸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관계에서 진일보한 관점을 보였는데도 국내에선 성소수자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들의 시대 변화의 요구로 탄생했지만, 성소수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 문제를 해결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위한 국내 정책에도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캔디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동성 파트너가 있는 외교관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들과 자국민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외교에서 시작된 변화라도 엄연한 국가 정책 방향에 따라 진행된 일이라 믿으며 앞으로의 국내 정책에도 반영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박해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동성혼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주빈 이완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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