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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새 일왕 즉위, 주변국과 ‘아름다운 조화’ 이루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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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일 즉위해 레이와(令和)시대를 연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대내외에 즉위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 의지를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주요 인사와, 이낙연 국무총리 등 170여개국 축하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고쿄(皇居)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30년간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떠한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길지 않은 발언에서 평화를 세 차례, 헌법을 두 차례 언급했다. 일왕의 발언은 의례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어서 과대평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인 일왕이 아베 정부의 우경화 노선과 대비되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 패전일인 지난 8월15일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라고 했다. 즉위식에서 언급한 ‘평화’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총리 집권 이후 급격히 우경화하면서 과거사를 부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군비증강과 자위대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일본이 패전 이후 쌓아올린 ‘평화주의’도 빛이 바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름다운 조화’를 뜻하는 새 연호 ‘레이와’와는 정반대의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상징 천황제’하에서 일왕은 국정에 간여할 수 없는 만큼 그의 행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 한계에도 부친 아키히토 상왕은 일본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평화주의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의 첫 일왕인 그가 부친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바람직하다. 이날 밝힌 대로 나루히토 일왕이 꿋꿋하게 평화주의를 실천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의 즉위로 열린 레이와시대가 일본이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아름다운 조화’로 향해 나아가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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