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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나랏돈 들어간 이대앞 청년가게, 3년도 안 돼 22곳->7곳으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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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왼쪽 골목에서 시작돼 경의선 신촌역까지 이어진 ‘이화52번가’. 지난 2017년 정부 지원을 받은 청년 사업가 22명이 이화52번가에 상점을 열었지만, 3년이 안 된 올해 10월 22일 현재 7명만이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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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52번가에 입점한 청년들? 문 닫고 나간지 한참 됐어요."

22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52번가’ 상권. 이화여대 정문 왼쪽 골목에서 시작돼 경의선 신촌역까지 이어진 이 상권에는 2017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은 청년 사업가(만 39세 이하) 22명이 상점을 열었다. 옷가게·공방·음식점·카페 등 다양했고 이 매장들은 ‘이화52번가 청년몰’로 불렸다. 이들은 매달 3.3㎡(1평)당 임대료 11만원과 사업 초기 인테리어 비용 100만원을 지원받았다. 창업, 컨설팅 교육도 받았다.

◇2017년 들어선 이화52번가 청년몰 22곳 중 7곳 남아

하지만 2년 10개월이 지난 현재 청년 사업가 7명(31.8%)만이 이화52번가에서 상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 나머지 15명은 이화52번가를 떠났다. 15명이 떠난 매장에는 다른 일반 사업자가 들어 온 곳도 있었지만, 몇몇 곳은 비어 있거나 ‘임대 문의’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2017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을 받아 초밥집을 열고 현재까지 운영 중인 한 청년 사업가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금 지원이 끝났던 지난해 가게 문을 닫고 나간 청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금 지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 간 이뤄졌고 지원이 끝나자 청년 사업가들이 이화52번가를 떠났다는 설명이다. 주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대부분은 "정부 지원금만 받고 나갔다" "장사를 장기적으로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오후 늦게 가게 문을 여는 등 의지가 없어 보였다" 등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업종 선택이 트렌드와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대를 졸업하고 지난해부터 이화52번가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전모씨는 "2017년 전까지 이화52번가에 옷가게 등이 많았지만, 2018년부터 음식점·카페 등이 들어섰고 인기를 끌었다"며 "상권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2017년 당시 갤러리·공방 등의 청년몰이 많이 들어왔다"며 "처음에는 재밌고 신기해서 학생들이 구경을 갔는데, 이후 밥을 먹으러 이화52번가에 가는 학생들은 있어도 옷·예술품 등을 사러 가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2017년 이화52번가에 들어온 청년 사업가(22명) 중 공방·수공예 디자인·갤러리·옷가게 등의 매장을 연 사람은 1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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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52번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박용선 기자



2017년 청년 사업가에게 건물 1층 매장을 임대했었던 한 건물주는 "청년 사업가가 사업(수제화 매장)을 접고 나간 후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실’인 상태"라며 "이화52번가가 음식점·카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 건물 1층은 법적으로 식당 등으로 사용할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몰은 고령층이 많은 상권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좋은 지원책"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자금 지원만이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 창업을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기술과 노하우를 가르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닌 전문성 키워야"

청년몰 사업 부진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청년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청년몰 조성 사업을 시행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주요 상권 및 전통시장 26곳에 489개 점포를 지원했지만, 이중 140개(28.6%) 점포가 휴·폐업 상태였다. 또 최근 4년 간 청년몰을 구축하는데 들어간 예산은 총 336억8970만원에 달했다.

이용주 의원은 "정부가 청년몰에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청년 사업가들의 전문성과 역량 부족, 단순한 사업 아이템 선정, 열악한 입지 조건 등으로 청년몰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선 기자(bra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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