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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지지도 39% vs 45%…여론조사는 조작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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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이 엇갈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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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론조사 기관 000입니다. 우리나라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더니, 이런 안내 멘트를 듣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1) 바로 끊는다. 2) 바로 끊으면 미안하니 양해를 구하고 끊는다. 3) 그래도 끝까지 들어본다.
아마도 3번보다는 1번이나 2번을 택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발표된 10월 3주 차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 조사 결과가 상반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얼미터가 조사한 10월 3주 차 주간 종합 집계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 대비 3.6% 포인트 상승한 45%를 기록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진보는 결집했고, 중도층 비판 여론도 누그러졌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내놓은 10월 3주 차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는 완전 다릅니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하락 추세를 유지하면서 전주보다 4% 포인트 떨어진 39%로 나타난 겁니다. 진보와 중도층 모두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질문에 대한 상반된 조사 결과를 두고, 일부에선 둘 중 어느 한쪽이 결과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보통 나의 성향이나 의견에 상반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경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부당하다' 또는 '조작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선거 관련 조사는 여심위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되어 있고, 규정 위반 시 수천 만원의 벌금을 물고 때에 따라 등록이 취소되기도 하는 등 제재를 받습니다. (여심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 기관은 10월 22일 현재 77곳인데, 지금까지 7곳의 기관이 등록 취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진 걸까요? 선거 여론조사가 게재되어있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 홈페이지에서 질문지와 통계표를 내려받아 들여다보았습니다.

1. 조사 방식의 차이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사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리얼미터는 ARS 조사 90% +전화면접 조사 10% 비율로 혼용했고, 한국갤럽은 전화면접 조사 100% 방식을 썼습니다. 조사방식이 가져오는 차이에 대해서 칸타코리아, 입소스 같은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에 의견을 구했더니, 전화 면접에 비해 ARS 방식 조사를 할 경우에는 정치적 관심이 많은 고관여층들이 표본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현안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ARS 방식은, 잘 아시듯이 기계로 녹음한 안내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무선전화로 이런 설문 전화를 받았다 생각해 볼까요? 귀로 질문을 듣고, 다시 키패드를 보면서 번호를 눌러 응답을 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여러 차례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ARS 조사를 끝까지 완료하는 응답자들은 정치적 의사표현 욕구가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팸이나 판촉 전화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평소 관심 있었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면 끝까지 다 듣게 되지는 않죠?) 하지만 ARS조사는 이렇게 응답률이 낮은 대신,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전화면접 조사 방식은, 기계음이 아닌, 사람(면접원)과 직접 통화하는 것인데요. 스팸이나 판촉 전화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시면,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중에 대놓고 끊어 버리기가 왠지 미안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기계음이 들리는 통화보다는 듣지도 않고 그냥 끊는 빈도도 낮을 것이고요. 이런 점 때문에, 통상 전화면접 조사의 응답률이 ARS 조사 응답률보다 높습니다. (이번 10월 3째주 조사의 경우, 리얼미터 조사 응답률이 5.6%, 한국갤럽 조사 응답률은 16% 였습니다 ) 다만 사람과 직접 통화하면서 답을 말하는 방식이라, 다수의 의견과 어긋나는 답을 고르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응답자라면 대세에 수렴하는 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2. 질문과 답변 구성의 차이

국정 지지도 조사 답변 구성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해당 문항을 한 번 보실까요?

먼저 리얼미터의 문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매우 잘하고 있다- 잘하는 편이다-잘못하는 편이다-매우 잘못하고 있다'의 4점 척도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갤럽은 2점 척도입니다. 아래에 보듯, '잘하고 있다- 잘 못하고 있다'로 2점 척도를 쓰고 있고, '어느 쪽도 아니다'를 별도로 두어 재질문을 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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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자신의 성향을 적극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매우 잘 한다' 보다는 '잘하는 편'에 체크하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을 텐데, '잘한다-못한다'로 나눈다면 '중립'으로 택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2점 척도라 하더라도 '중립'을 고른 사람들에겐 추가 질문을 하기 때문에 완전한 '유보'라 보기는 어렵지만, 처음부터 보기를 4개로 주어 질문하는 것보다 좀더 유보적인 입장을 택하는 사람이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4점 척도를 택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모름/무응답'을 택한 응답자가 2.7% 였지만, 2점 척도를 택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어느 쪽도 아니다'를 택한 사람은 8% 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수치의 유의미함을 판단할 때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오차범위'입니다. 리얼미터는 95% 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2%포인트, 한국갤럽은 95% 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3.1%포인트를 오차범위로 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전주 대비 3.6%포인트 상승이라는 리얼미터 조사 결과도,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이라는 한국갤럽 조사 결과도, 따지고 보면 오차범위 내 변동폭이기 때문에 실제의 여론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결국 정답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셈입니다. 다만, 각 여론조사마다 조사결과에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하락세인지, 회복세인지, 추세가 완전히 엇갈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에, 정치 고관여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아직 유동적이라는 뜻이기도 할 테고요. 39%와 45%, 두 수치를 두고 각종 해석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교롭게도 지지율 40% 선이 깨지느냐, 아니냐,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남정민 기자(j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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