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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주영 회장이 소 500마리로 연 '금강산' 관광사업 물거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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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금강산의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야 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생전 큰 애착을 갖고 전력을 기울였던 금강산관광 사업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같은 한 마디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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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현대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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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 시설을 현지 지도하면서 남한에 의존해 이 사업을 추진했던 선임자들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남녘 동포들이 금강산에 관광을 오겠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면서도 "지금 금강산이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금강산관광 사업에서 남한의 지분을 걷어내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독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금강산관광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열정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완성한 사업이다. 현재 북한에 속한 강원도 통천이 고향인 그는 평생 대북사업에 큰 애착을 보인 끝에 금강산관광 사업을 성사시켰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89년 국내 기업인 가운데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해 ‘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1998년 아들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맺었고 한 달 뒤 역사적인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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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정일(왼쪽부터) 북한 국방위원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 고 정몽헌 회장이 북한 백화원초대소에서 면담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 제공



이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환심을 얻고 본격적인 남북 교류와 화합의 문을 열기 위해 소 500마리를 이끌고 북한을 찾아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이 눈을 감은 뒤에도 금강산관광 사업은 발전을 거듭했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은 해로에서 육로로 확대됐고 나중에는 승용차관광까지 허용됐다. 사업 시작 7년 만인 2005년 6월 누적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2008년 7월까지 195만명이 금강산을 방문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은 누적 방문객 200만명 돌파를 앞둔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전면 중단됐다. 이후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5‧24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협이 중단되면서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는 더 불투명해졌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9년만에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금강산관광을 포함해 전면 중단됐던 남북교류 사업을 다시 시작하자고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금강산관광 사업은 지금껏 재개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에서 남한의 흔적을 모두 지워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꼬를 튼 금강산관광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정주영 명예회장은 대북사업에 미온적 입장이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대신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운 정몽헌 회장을 현대그룹의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과 관련된 일에 애착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정 명예회장의 헌신으로 꽃을 피운 이 사업이 북한 지도자의 말 한 마디로 사라질 상황까지 오는 동안 현 정부는 2년여에 걸쳐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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