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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3억짜리 1700만원에도 안 팔려, 골칫덩이로 전락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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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3억원짜리 조형물 1400만원에 다시 내놔

앞서 1700만원에 내놨지만 세 차례나 응찰자 없어

서울 종로구선 안전 문제 조형물 철거키로

예산 5억원에서 19억원 늘자 보류 상태

중앙일보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은빛 풍어' 조형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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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가 지난 2009년 3억원을 들여 만든 ‘은빛 풍어’ 조형물 철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형물을 전자 입찰하기 위해 1783만5160원에 내놨는데 3차례나 팔리지 않아서다. 결국 포항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3억원짜리 조형물을 매각 근거가 되는 최소가격인 1426만8120원에 내놓은 상태다. 매각 여부는 오는 25일 결정된다.

‘은빛 풍어’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 공항삼거리에 설치된 스테인리스강 재질의 대형 조형물이다. 커다란 꽁치의 머리와 몸통은 땅에 박혀 있고 꼬리만 내놓고 있는 모양으로 가로 11m, 높이 10m다. 전국 공모를 거쳐 선정된 이 조형물은 포항이 과메기 특구이자 경북 최대 수산물 산지임을 알리기 위해 설치됐다.

철거는 지난 6월 결정됐다. 설치 후 10년간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발생해서다. 많은 사람이 꽁치가 아닌 고래 꼬리로 오인하고, 조형물이 마치 비행기 추락을 연상시킨다는 점 등이 이유다.

불과 10년 사이에 경제적 가치가 20분의 1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낙찰자가 해체·이전까지 책임져야 하고 예술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감정평가에 따라 스테인리스강 값만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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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소방청 앞에 있는 ‘흥겨운 우리가락’.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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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논란이나 안전 문제로 애물단지가 된 도심 조형물은 전국 곳곳에 있다. 밤에 붉은 빛을 뿜었던 전북 김제시 수변공원의 용 조형물, 저승사자를 연상시키는 세종시 소방청 앞에 있는 ‘흥겨운 우리가락’ 등이다. 문제는 세금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에 논란이 일면 또 세금을 들여 철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포항시처럼 예산 문제로 철거가 지연되는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정동사거리 일대에 조성된 돈의문 터를 상징하는 ‘보이지 않는 문’도 그 중 하나다. 종로구청은 2007년 2억원을 들여 설치한 3.9m높이의 조형물 벽이 차로에 바짝 붙어 도로를 가리고 있어 우회전시 위험하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해 예산 5억원을 들여 철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철거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용역 조사 결과 실제 사업 비용은 19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조형물만 이전하면 될 줄 알았는데 조사해보니 조형물 앞뒤로 10㎞구간의 경사로를 조정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하수도 위치를 현재 땅밑 80㎝에서 2m까지 낮춰 해야 해서 공사 비용이 19억원이 소요되는 걸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종로구청은 조형물을 철거하는 대신 우회도로를 조성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없이 무분별하게 조형물을 제작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홍보를 위한 조형물 제작은 지자체의 역할이지만, 조형물 설치 전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없어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역주민들 입장에선 설치가 완공된 뒤에서야 보고 ‘이상하다’ ‘흉물스럽다’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하는 것”고 말했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예산낭비 등을 막기 위해 조형물 제작시 주민대표 참여 건립심의위원회 등 투명성·공정성 확보 장치 마련을 권고하는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냈으나 지난 7월 조사 결과 전국 243개 중 절반이 넘는 146곳이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철거에도 세금이 드는 만큼 조형물 사업시 설치 후의 효과와 국제적 사례 등을 다각도로 파악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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