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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fn논단] 경제전망과 자기실현적 예언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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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금까지 발표된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은 어둡다.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수정 전망을 발표할 때마다 더 떨어지고 있다. 전망이 언제나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틀린 전망도 많다. 하지만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실제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나 사회현상에도 '자기실현적 예언'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예언한 것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것을 말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과 같다. 만약 내년에 경기침체 상황이 온다고 모든 경제주체가 믿는다고 생각해보라. 모두가 투자를 미루고 신규채용을 줄이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를 것이며, 그 결과 실제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는 올해 전 세계 90% 지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3%에서 3.0%로, 한국은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은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주요 8개국 기업부채가 2021년에는 19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위축되는데도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다시 10여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아직은 경제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하는 기관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지 침체라고 할 만큼은 아니고, 아직은 실업률도 낮고, 소득이나 소비증가율도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근거를 대고 있다. 이처럼 어떤 경제지표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향후의 경제전망을 달리 볼 수도 있다. 지금 세계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핵심적인 이유는 제조업 위축과 투자 부족이다. 제조업 위축과 투자 부족은 당장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위축세가 장기화될 경우 결국은 가계의 소득이나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향후 12∼18개월 뒤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 기관도 있다.

부정적 경제전망이 대부분이다 보니 글로벌 기업이건 국내기업이건 투자를 줄이고 신규채용도 줄이면서 현금보유는 더 늘리고 있다. 가계는 가계대로 소비를 줄이거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 이런 양상이 심화될수록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더욱 떨어진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곡선을 그릴수록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부정적 경제전망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구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부정적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뭔가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를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경제정책 기조가 변화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부동산만이 아니라 경제도 심리가 크게 좌우한다. 부정적 경제전망에 기초한 자기실현적 예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획기적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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