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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fn사설] WTO 개도국 지위 벗을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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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에 맞게 책임 다하되
충격 줄일 보완책도 필요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한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미국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농업계는 포기하면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25일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결론내릴 계획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7월 '비교적 경제가 발전한 나라'로 한국 등을 거명하며 90일 이내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농업분야에 국한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출범한 WTO 체제에서도 개도국 지위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쌀 등 주요 농산물에 수입규제, 관세부과, 보조금 지급 등을 할 수 있는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런 특혜를 포기하라는 요구다.

트럼프 행정부는 농업분야의 개도국 특혜를 포기하지 않으면 무역보복에 나설 채비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무역법 232조 적용 여부를 다음달에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적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고율관세가 부과된다. 이 경우 우리 자동차 산업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지금은 개도국 지위 문제로 미국과 맞서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개도국 특혜 배제를 요구하면서 '비교적 경제가 발전한 나라'의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은 그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나라다. 이 기준에서 볼 때 우리보다 못한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이미 개도국 포기를 선언했다. 한국은 OECD와 G20 회원국일 뿐만 아니라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나라)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자유무역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나라다. 계속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국제사회의 상식에 부합하는지도 성찰해볼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쌀에 513%의 관세를 물리고 쌀직불금 등의 명목으로 매년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관세율과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해 농업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장은 농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대책도 필요하다. 농업도 이제는 온실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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