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적 구토'가 첫선을 보인 곳은 한국 최초의 영화관인 단성사다. 서울 종로3가 사거리에 자리잡은 단성사는 한국영화 100년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일제강점기 경성을 들끓게 했던 대흥행작 '아리랑'(1926년)을 개봉한 곳도, 우리나라 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1935년)을 개봉한 곳도 단성사다. 또 단관 개봉 시절인 1970~1990년대 서울관객 100만명 이상을 끌어모은 '겨울여자'(1977년),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도 모두 이곳에서 개봉됐다.
하지만 단성사는 2000년대 들어 복합상영관에 관객을 뺏기면서 부침의 세월을 겪는다. 2005년 낡은 건물을 허물고 지상 7층짜리 빌딩을 신축, 총 10개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재개관하지만 재기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사이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씨너스단성사, 아산엠단성사 등으로 이름을 바꾸다가 결국은 지난 2016년 귀금속을 사고파는 주얼리센터로 용도가 변경된다. 영화인이나 관객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극장이 있던 자리에 '단성사 영화역사관'이 최근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새로 건물을 인수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만든 영화역사관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정식 개관한 역사관에는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리플릿, 입장권, 시나리오, 촬영스틸컷 등 5000여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어 단성사 100년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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