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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데스크칼럼] 무자본 M&A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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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장

이투데이

머니게임의 기본룰은 “돈 놓고 돈 먹기”다.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고 일정 금액의 게임비(?) 지불은 필수다.

‘변수가 없고’,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보다 많은 참가비를 지불한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고전파 경제학 거장 앨프리드 마셜의 이론이 맞다면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무자본 M&A’ 얘기다. 자체 자금 없이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만으로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무자본 M&A 의심 사례가 최근 포착된다. 물론 이전에 비해 자금 조달이나 회수 방식 등에서 상당히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진행 과정도 상당히 매끄럽고, 특히 주가 부양의 재료를 일컫는 ‘펄(진주)’로 매력적이다. 꽤 오래 공들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우려스러운 대목은 인수자가 정상적인 경영보다는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고, 오직 M&A 주체와 ‘쩐주(전주)’들만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통상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는 데 빌린 자금을 증자대금으로 납부한 뒤 전액 인출, 대출업자에게 상환한다. 최근엔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고금리의 이자를 주는 일종의 LBO(Leveraged Buy Outs) 방식이 많다고 한다. 자기자본 없이도 변호사, 회계사 등 몇몇 전문가와 노하우만 있으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성공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도가 상장폐지, 구속 등 실패로 종결됐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보유 자금이 없다 보니 불법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게 문제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부실해진 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M&A를 고려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다. 하지만 신규 자금으로 정상화해야 하는 부실기업을 상대로 진행되는 무자본 M&A는 해당 기업을 한계 상황은 물론 결국은 상장폐지 절차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금의 출처나 방식은 분명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사금융 1번지’, ‘어음할인(속칭 와리깡)의 메카’로 불리는 명동 자금에서 최근에는 제도권 자금이 많이 활용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메자닌 자금 등이 M&A 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세력 입장에서야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남발해 개미들에게 물량 부담을 떠넘기면 그만이다.

10년 가까이 관찰한 결과 대부분 조달 자금 상환 문제가 발생한다. 인수 기업의 자산 매각 자금이나 보유 현금,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등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무자본 M&A 세력들에 의해 껍데기 회사로 전락하고 결국에는 상장폐지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차입금이나 이자 상환을 위해 불법적으로 회사 자금에 손을 대는 경우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상장기업의 프리미엄을 악용해 실현이 어려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허위 공시를 남발해 부당한 주가 차익을 노리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문제는 능력 있는 인수자의 정상적인 인수·합병인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머니게임인지를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모든 정답은 차트와 공시에 있다. mywish73@

[이투데이/이채용 기자(mywish7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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