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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완화 기대 꺾이자 金 '초강수'··· 개성공단까지 손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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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반도 프로세스]

■남북관계 어떻게 되나

金, 文 '평화경제' 강조 하루만에 협력상징 금강산 철거령

남측에 불만 누적...'文, 트럼프 설득해달라' 압박용 관측도

靑은 "北 입장·향후 계획 분석이 우선" 복잡한 속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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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 구상을 강조한 지 하루 만인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남북 사업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했던 문 대통령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남측 관광 시설을 둘러본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라는 김 위원장의 극단적 선택은 제재완화에 미온적인 남측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 사업을 이례적으로 비판한 점을 볼 때 김 위원장은 남측과의 교류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제재완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설득해달라는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데드라인’인 연말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한미로부터 제재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좌절감이 김 위원장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정부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에 앞서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강조해 김 위원장의 기대감을 높여놨다”며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그만큼 북한이 제재에 대해 아프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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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독자적인 금강산관광 사업을 통해 자력갱생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에 따라 한미로부터 대북제재와 관련해 양보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관광객 유치 등 중국과의 교류협력 사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중국인이 90%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여론전을 통해 대남 공세를 벌이던 북한이 구체적인 대남강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관계도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남북이 합의한 사안으로 정부가 시설물의 소유권을 가진 현대아산의 자산을 보호해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는 현대아산의 자산을 보호할 외교적 보호권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북한과 관계 개선만 추구하기는 부담스럽다”며 “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문제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과 대북협의 요청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은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향후 계획이 어떤지 명확히 분석하는 게 먼저일 테고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북한이 남북교류협력 상징 사업을 뒤엎으면서 개성공단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상 비난에서 구체적인 경제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에 손을 대고 그다음에 개성공단에 손을 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성공업 단지는 관광 사업과 달리 전력 및 원자재 공급 등 공단 운영의 대부분을 남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 시설인 만큼 북한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박우인·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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