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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기 침체에 정부 허리띠 졸라매면 부채비율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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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특위·한국 조세재정연구원 주최 공동 토론회

“정부 지출 줄이면 성장동력 떨어져 부채비율 증가 우려”

“하락기 재정적자·확장기에는 재정흑자 유도하는 정책 필요”



경향신문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공동토론회 ‘구조전환기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에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왼쪽부터),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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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강국면에서 국가부채를 줄이는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부채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기 하락기에는 재정확대를, 경기 상승기에는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는 탄력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하강 국면에 재정 축소하면 부채비율 높아져

2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구조전환기,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재정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박광용 한국은행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면 성장동력을 떨어뜨려 부채비율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며 “경기가 하강할 때 재정을 확대하는 경우에는 부채비율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가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 되레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도 “가계 부문의 구매력 저하,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면서 정부의 적극적 투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재정정책의 효과가 과거보다 작지만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로 통화정책 운용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정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으며 주로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재정정책은 정책 대상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하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8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영 기조를 강화한 513조 5천억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상승 국면에는 재정 여력 비축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기 상승국면에서는 재정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연구위원은 “경기상승기에는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되, 하강기에는 부채증가를 용인하는 신축적이지만 신뢰성 있는 재정준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하강기에는 부채비율이 쉽게 증가하는 데 반해 경기 상승기에는 부채비율을 줄이는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공공경제연구부 부장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경우에는 일시적인 가처분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경기 하락기의 재정적자가 경기확장기의 재정흑자로 보완될 수 있도록 재정운용 원칙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장기 재정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세계 교역량이 축소되고 제조업 부문 부진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단기적 재정 수지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2021년 이후의 재정수지 개선 계획이 부재하다”며 “기획재정부가 2021년 이후 중기 재정수입 증가율이 5%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성장률 회복속도에 따라 재정수입 증가율의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했다.

■증세 논의·구조개혁 본격적으로 수반돼야

이와 관련해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부채 비율이 낮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는 재정확대에 걸맞은 증세의 중장기적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증세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재정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경제를 살라는 최선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재정정책에는 구조개혁도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국의 재정정책은 성장률 제고와 경기부양, 복지·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기술발전·사회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실업·소득분포 악화 등을 대비하기 위한 복지·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재정정책은 구조개혁과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재정정책의 확대는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만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예산안과 관련해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10.6%의 재정 증가율로 위기를 극복했던 점을 고려하면 9.3% 증가율은 부족하지 않나하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예산안에서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513조5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9.3% 증가한 수준이다. 홍 위원장은 “내년엔 총선까지 있어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유도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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