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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67>유니콘 화장품 기업 '지피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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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기준 420여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에 올라 있다. 반가운 소식은 우리나라 기업이 9개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독일 다음으로 유니콘 기업을 많이 배출한 나라가 됐다. 일본이 3개 기업에 불과하고 우리가 9개사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혁신 창업이 다소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9년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리스트에 한국인이 40명 올랐다. 본인이 창업해서 세계 부호에 이른 창업가는 19명에 달했다. 19명 가운데 11명은 닷컴 시절에 투자한 창업가들이다. 우리나라가 세습자본주의라고 비판하던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가 배출한 유니콘 기업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쿠팡, 크래프톤,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지피클럽(GP Club)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장품 제조 회사다.

지피클럽 창업자 김정웅 대표는 44세로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의 50대 부호 가운데 30위로, 재산이 1조3000억원 이상이다. K뷰티 열풍 속에 중국에서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6년 매출 483억원에서 2018년 5140억원으로 11배가 넘는 급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을 눈여겨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18년 이 회사 지분의 5%를 67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회사 가치가 13억달러로 평가받게 됐다.

한국의 화장품 제조 경쟁력은 이미 세계 수준의 기업과 투자자에게 주목 대상이다. 2017년 유니레버는 약 3조원으로 골드만삭스·베인캐피탈과 창업자 이상록 대표가 갖고 있던 카버코리아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이상록 창업자를 50대 부호 안에 올려놓았다. 또 다른 유니콘 화장품 기업 엘앤피코스메틱의 일부 지분도 크레딧스위스그룹이 인수하는 등 한국의 화장품이 새로운 글로벌 경쟁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정웅 대표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뛰어들어 전력을 다했다는 것이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의 큰 성공이다. 2016년 브랜드 '제이엠솔루션'과 '강블리'를 앞세워 화장품을 중국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성공은 중국 전자상거래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라는 기회도 잘 활용했다. 회사명 GP는 'Game Paradise'의 약자이다. 김 대표가 2003년부터 중국 시장에 게임 상품의 도소매 유통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그 노하우를 살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알리바바의 개인 간 거래 마켓 타오바오와 협력하고, 거대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을 통해 거래하고, 화장품 특성상 온라인에 수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왕훙'을 적극 활용, '꿀광 로얄 프로폴리스 마스크 팩'을 하루에 850만장 팔면서 대륙의 여심을 사로잡았다.

사드 갈등 시 우리나라 대표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의 기피 현상으로 주춤하는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는 브랜드의 장점을 살려 적극 공략한 것도 큰 성공을 하게 된 배경이다.

김 대표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부친의 갑작스런 작고로 일찍부터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였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업의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것도 성공 요인의 하나다.

종종 큰 성공을 위한 준비 단계로 '불행'이라는 가면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청년들이 불행을 장래의 큰 성공을 위한 단련 시기로 삼고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지피클럽의 성공 신화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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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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