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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도영 감독 밝힌 #82년생김지영 #정유미 #공유 #경단녀 #워킹맘(종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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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매니지먼트 숲


[OSEN=김보라 기자] “원작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제가 과연 영화를 연출할 역량이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아는 선에서는 잘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각색 및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개봉을 한 지금 너무 떨리고 기분이 좋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영화를 제작한 봄바람 영화사의 곽희진 대표가 김 감독이 연출했던 단편영화 ‘자유연기’(2018)를 보고 연출을 제안했다.

김도영 감독은 “제작사 대표님이 제 ‘자유연기’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고민을 하긴 했지만 맡게 됐다. 저도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었고 내용에 공감을 했었는데 책은 서사가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에피소드를 뽑아서 영화적으로 잘 풀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연출을 맡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첫 장편 상업작이라는 게 부담이자 도전이 됐을 듯하다’는 질문에 “감독으로서 제 역량이 충분할지 고민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장편 영화라는 타이틀을 놓고 생각은 못 했다”라며 “다만 할 만하고 제가 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는 선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잘 만들어서 대박을 내야겠다는)야망을 갖고 있진 않았다.(웃음) 무엇보다 사회적 의제를 어떻게 넣을지 고민했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정유미 분)의 성장 과정을 그리는 방식보다는 책 속 서사를 가져와 곳곳에 인상적으로 배치했다. 책과 달리 출산과 육아, 가사에 집중하는 30대 주부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주부의 고됨과 외로움을 현실적으로 담았다.

김도영 감독은 ‘에피소드를 선정한 기준이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저는 영화적으로 붙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취했다. 제가 연출하기로 했을 때 이미 초고가 있었는데, 그것과 달리 제가 지영이의 나이대별로 에피소드를 뽑아놨었다. 서사에 잘 붙을 수 있는 걸로 말이다. 제가 공감한 에피소드를 꼽았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극적인 장면보다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서사, 공감할 수 있는 서사, 사회적인 의제를 담은 서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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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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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책에서 좋아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지영이의 초등학교 시절, 남자 짝꿍이 지영이의 실내화 교탁 앞으로 던진 거다. 영화에서도 그 장면을 찍었는데 어디에 붙일지 고민하다가 그냥 잘라냈다.(웃음)”

김 감독이 그린 엔딩은 어찌됐든 김지영이 다시 사회로 복귀해 ‘워킹맘’으로 사는 것이다. 그녀 역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제가 생각한 결말은 지영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란 꿈에서 한 발 나아가는 것, 어쨌든 사회로 다시 들어가는 거였다. 결국 그걸 택했는데, 저는 영화가 오롯이 지영이 혼자 엔딩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라고 영화의 엔딩을 설명했다.

그녀는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지영이 단순 경력단절녀로 보이기보단 지영을 둘러싼 인물들까지 하나의 풍경이 되길 원했다. 인물들이 극 안으로 적절하게 들어와야 했다”면서 “경력단절녀 여성뿐만 아니라 지영의 전 직장 동료들을 포함해 한국 사회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처럼 나열하지 않고, 지영의 주변 인물로 자세히 번져나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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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원작 소설과 영화가 ‘성 대결’을 조장하는 스토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페미니즘 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편견과 선입견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저는 그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82년생 김지영’이 지금의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이성 포함)들과 공존하며 살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는 시간을 줄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주변 사람인 아내와 남편, 엄마, 친구들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단 마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영화의 개봉 전 열린 시사회부터 오늘 개봉 후 영화를 본 실관람객들 사이에서 ‘진짜 현실적인 영화’ ‘슬프지만 재미있다’는 등의 호평이 나왔다. 또한 수지, 최우식 등의 배우들이 관람평을 좋게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울었는데 생각보다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이걸 본 남자들은 엄마한테 처음으로 ‘꿈이 뭐였냐’고 여쭤봤다고 하더라”고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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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의 연출력과 더불어 배우 정유미, 공유가 각각 아내 김지영, 남편 정대현 캐릭터를 맡아 호연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배우 캐스팅에 대해 “초고가 있는 상태에서 정유미와 미팅을 진행했다. 그 배우를 보는 순간 맑고 투명한 매력이 있었다. 저는 ‘이 배우가 김지영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정유미가 시나리오를 덮으면서 본인은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김지영을 맡아줘서 저로서는 굉장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미의 매력은 일단 굉장히 맑고 꾸밈이 없다. 보는 그대로다. 팔색조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어떤 때는 밝고 어떤 때는 어둡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있느니. 그래서 정유미가 김지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감독의 눈으로 본 정유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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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주연도 아니고 서브인데 (공유가)하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도깨비’ 이후 3년 만에 차기작으로 해줘서 기뻤다”며 “공유는 현장에서도 굉장히 소통히 잘 되는 배우다. 굉장히 좋은 배우다. 스타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걸 뛰어넘고 배우로 봤을 때도 역량이 많다”고 전했다.

김도영 감독은 두 배우와의 작업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나름의 내공이 쌓인 배우라서다. 두 사람은 김 감독의 간략한 설명만 들어도 빠르게 연출의도를 파악해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았다고 한다.

“배우가 스스로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연기하는 게 좋은 거 같다. 저는 배우의 힘을 믿는다. 감독은 배우의 힘을 믿고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 같다. 믿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배우의 연기도 자유로워진다. 그게 좋은 디렉션이라고 생각한다.”

/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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