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황수미 독일가곡, 파스텔톤서 원색이 된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앨범 '송즈' 발매

'가곡반주의 왕' 도이치와 또 호흡

뉴시스

헬무트 도이치, 황수미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슈트라우스의 가곡 '밤'(Die Nacht)에 '훔치다'(stehlen)는 뜻의 단어를 써요. 저는 라임만 생각하고 불렀는데 도이치 선생님이 '훔치다'의 '조금 날카로운' 의미를 가지면 더 '색채가 살아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던지시죠. 그러면 파스텔 톤의 희미한 가곡의 색깔이 더 선명해지는 거예요."

스타 소프라노 황수미(33)가 유니버설뮤직 산하의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 앨범 '송즈(Songs)'를 23일 발매했다. 황수미는 이날 오후 신사동 오드 포트에서 앨범의 반주를 맡은 '가곡 반주의 왕'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74)에 대해 극찬했다.

황수미의 이번 앨범은 세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소프라노를 위한 작품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작곡가 중 하나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으로 시작해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3개의 소네트', 벤자민 브리튼의 '이 섬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가 담겼다.

황수미는 "사실 한국 시를 읽어도 추상화돼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잖아요. 독일어로 된 가곡, 특히 구어들로 이뤄진 가곡들이면 한국인인 저는 직역을 하고 의역을 해도 쉽지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 선생님이 라임뿐만 아니라 뜻까지 짚어주셨어요"라고 설명했다.

소속사 아트앤아티스트 주최로 25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황수미 & 도이치 듀오 콘서트에서 부르는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 역시 마찬가지다.

황수미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서 사별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담은 곡이에요. 동사 하나 하나, 자음이 중요한데 반주와 타이밍이 적절하게 맞아서 선생님 작업 덕에 그것을 알아가고 있죠"라고 했다.

황수미는 현재 국내 3대 소프라노로 꼽히는 조수미·신영옥·홍혜경을 잇는 차세대 대표 소프라노로 통한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2014년 국제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작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세계적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황수미와 도이치의 첫 인연은 도이치가 2013년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에서 연 마스터 클래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수미가 재학 중이던 뮌헨 국립음대 교수였으나 그녀가 그의 클래스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우연히 마주쳤을 뿐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황수미가 1위를 차지했을 당시 심사위원으로 그녀를 지켜보면서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1대 1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에서 황수미에서 연락을 해도 좋다고 말했고 심지어 e-메일도 먼저 그녀에게 보냈다.

도이치는 "황수미의 반주를 하고 싶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황수미에 대해 "노래에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대가 못지않은 표현력을 가졌다. 원하는 음악이 분명하며 모든 노래에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며 누누이 평해왔다.

두 사람의 호흡은 이미 국내에서 증명됐다. 지난 2015년 4월 대구 수성아트피아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두 사람의 국내 첫 협연 무대는 표가 매진됐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는 두 사람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로 늘어서기도 했다.

2015년 서울 공연 이후 런던의 위그모어 홀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서 수 차례 공연을 함께 해오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황수미·도이치 듀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17년 6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역시 마찬가지로 주목 받았다. 도이치는 독일어에도 우리처럼 존칭이 있지만 황수미에게 편하게 반말을 쓰라며 '파트너'로 인정했다.

도이치는 "취리히의 작은 콩쿠르에 참가자 10명 중 9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성악가들이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정말 좋은 성악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황수미는 유럽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에 7, 8번가량 온 그는 한국 객석을 볼 때마다 놀란다고 했다. 객석을 채우는 청중이 유럽 공연장의 객석을 채우는 중년들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클래식 시장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죠. 유럽의 경우에는 객석이 그렇지 않거든요. 유럽에서 가곡을 부르는 독창회 같은 경우 객석의 연령대는 더 높아요. 그런데 황수미 씨 공연에는 객석에서 팝스타 대핮듯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죠."

황수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적인 독일의 본 오페라 극장에 입단했다. 파미나(모차르트 '마술피리'), 알미레나(헨델 '리날도'), 리우(푸치니 '투란도트'), 레일라(비제 '진주조개잡이'), 마르첼리네(베토벤 '피델리오') 등 주요 배역들을 맡았다. 올해는 '돈 조반니'의 돈나 안나와 '카르멘'의 미카엘라 역으로 비스바덴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오르며 더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수미는 무엇보다 균형감각이 탁월하다. 오페라뿐 아니라 오라토리오(대규모의 종교적 극음악), 가곡 등 세 분야의 밸런스를 잘 잡아가고 있다.

도이치는 "가곡을 부를 때는 조명, 파트너, 의상 없이 무대 위로 홀로 서야 하잖아요. 오페라 경험이 많은 성악가라도 가곡 공연을하면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무대 위에서 발가 벗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무엇보다 가곡을 부를 때 는 스스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표정, 눈을 통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황수미는 이런 표현력이 가능한 소프라노라는 얘기다. 도이치는 "가곡을 부를 때는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표출할 수 있으면 80m 떨어져 있는 청중에게도 감정,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짚었다.

황수미는 거기에 부합하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본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한 음악가의 성장이 클래식계의 성장과 맞물린다"며 그녀를 높게 평가했다.

황수미는 "한국의 음악가들이 유럽,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국 클래식음악계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면서 "저 역시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성악가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realpaper7@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