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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빗장 연 넷플릭스, 영화계 지형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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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살라메 주연 ‘더 킹: 헨리 5세’

멀티플렉스 최초 메가박스에서 개봉

CGV·롯데 “홀드백 기간 협의해야 상생·공존”

극장 공동대응 전선엔 이미 변화와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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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가 23일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이하 <더 킹>)를 80여개 지점에서 개봉했다. 국내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는 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다른 멀티플렉스들도 넷플릭스에 빗장을 열지, 아니면 별다른 영향 없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눈길이 쏠린다.

씨지브이(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는 그동안 넷플릭스 영화 상영을 거부해왔다. 보통 극장 개봉 영화는 2~4주의 홀드백 기간을 거친 뒤에야 주문형비디오(VOD) 등 2차 판권 시장에 풀리지만, 넷플릭스 영화는 곧바로 자사 서비스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서비스를 같은 날 하는 바람에 멀티플렉스의 반발을 사면서 대한극장 등 일부 개별 극장에서만 상영됐다.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도 일부 극장에서만 개봉하고 이틀 뒤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메가박스 쪽은 <더 킹> 개봉에 대해 “지금까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방침에 따라 클래식, 오페라, 스포츠, 게임 등을 상영해왔다.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그런 흐름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업계 3위인 메가박스가 다른 멀티플렉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는 얘기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세계적 스타로 급부상한 티모테 샬라메가 주연인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 킹>은 이달 초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는데, 당시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됐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더 킹>은 다음달 1일 넷플릭스로 서비스된다. 이전보다 훨씬 긴 9일의 홀드백 기간을 둔 셈이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가 한발 양보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넷플릭스 쪽은 “개봉 방침이 바뀐 건 아니다. 나라와 작품마다 다르다. 다른 영화는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메가박스 관계자도 “개봉 결정에 있어 홀드백 기간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고 전했다. 메가박스는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등 넷플릭스의 다른 영화 세편도 개봉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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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는 개봉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씨지브이 쪽은 “다른 영화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비슷한 홀드백 기간을 두지 않으면 상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쪽도 “지금으로선 시장의 룰을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극장뿐 아니라 영화업계 전반에서도 아쉬움을 나타낸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영화가 극장에 갑자기 들어오면 다른 개봉작들도 영향을 받는다. 넷플릭스 영화가 개봉하려면 일정 등을 미리 알리거나 협의해야 다른 영화들도 개봉·배급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업계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인 오티티(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업계와의 공존과 상생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메가박스를 제외한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넷플릭스에 완전히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아니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업계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고민한다면 상생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도 “콘텐츠 다양화와 관객 요구에 대한 관심이 늘 있다. 얼마 전 국내 오티티 서비스 왓챠플레이에 이미 공개된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을 상영한 것도 그래서다. 앞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내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더 킹>의 극장 흥행 성적이 얼마나 나올지도 변수다. 관객이 많이 들고 화제가 된다면 다른 멀티플렉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티모테 샬라메처럼 팬덤이 공고한 배우가 없는 넷플릭스 영화도 그만큼 화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영화마다 다른 길을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모든 극장과 논의한다. 이번에 <더 킹> 한국 개봉이 결정된 이후 메가박스와 얘기가 잘되면서 함께 개봉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에 맞서던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공고한 공동전선에는 이미 변화와 균열의 조짐이 시작됐다. 앞으로 얼마나 파괴력 있는 영화를 개봉하느냐, 개봉 일정과 홀드백 기간을 두고 어떻게 의견 차를 좁혀가느냐에 따라 영화계의 지형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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