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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英 '할로윈' 브렉시트 무산…계속되는 불확실성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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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하원, 존슨의 '브렉시트 계획안' 부결"…검토 시한 촉박

다시 EU로 넘어간 공…英요청 수용해 추가 연장 유력

기간은 불분명…"3개월보다 짧을수도 길수도 있어"

조기총선 불가피할 듯…제2국민투표도 선택지 중 하나

이데일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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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할로윈(10월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예정된 브렉시트 일정까지 1주일 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의 운명은 EU로 넘어갔다. 현재까지는 EU가 영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브렉시트를 한 번 더 연장해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추가 연장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지, 또 브렉시트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 언론들은 향후 가능성이 있는 총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영국 하원은 22일(현지시간) EU 탈퇴협정 법안(WAB·Withdrawal Agreement Bill)을 사흘 내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부결시켰다. EU 탈퇴협정 법안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이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법안들이다. EU 회원국일 때 적용됐던 법률을 영국 법률로 대체하고,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이나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 재정분담금 등을 규정하는 내용들을 다룬다.

존슨 총리가 제출한 ‘계획안’은 EU 탈퇴협정 법안 검토를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 전까지 마무리짓기 위한 일종의 신속 처리안, 즉 브렉시트 시간표다. 통상 수주일 걸리는 과정이지만 브렉시트 예정일까지 열흘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사흘 안에 처리한다는 게 존슨 총리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원들은 110쪽짜리 합의안을 심사하고 수정안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찬성 308표, 반대 322표, 14표 차이로 법안을 부결시켰다.

존슨 총리는 계획안 부결 직후 법안 상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의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 요청에 대해서는 EU가 결정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그는 계획안 부결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비난하면서도 31일 브렉시트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CNN방송은 이날 “존슨 총리의 할로윈 브렉시트 계획이 (영국 의회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이는 그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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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단기 연장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더 연장해달라는 영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 탈퇴)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승인 쪽에 무게가 실린다.

도날드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노딜을 피하기 위해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승인토록 권고하겠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가 새로운 시간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수주일 가량 기다려주는 단기 연장 가능이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프랑스는 이날 “3년 동안이나 기다렸다. 현 단계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추가 연기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며칠 정도는 연기해줄 수 있지만 브렉시트 합의를 재논의하기 위해, 시간벌기 차원에서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장기간 연장

EU가 영국이 요청한 것보다 더 오랜 기간 브렉시트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영국 정치권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 시나리오다.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신이 EU 정상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이에 EU가 영국의 조기총선 및 제2국민투표 가능성까지 고려해 3개월 이상의 장기간 연장을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가디언은 EU가 영국 요청대로 3개월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노딜 브렉시트

EU 정상들이 영국의 3개월 연장 요청을 거부할 경우 영국은 10월 31일 무조건 EU를 탈퇴해야 한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다. 경제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유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영국의 요청이 EU정상회의에서 승인되려면 회원국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

◇조기 총선

연장 시한이 얼마나 됐든 영국 내부적으로는 조기 총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존슨 총리는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실현시키지 못하면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이날 법안 토론 과정에서도 그는 “의회가 브렉시트 이행을 거부하고, 내년 1월이나 그 이후로 이를 연기하려 한다면 정부는 (브렉시트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엔 매우 유감스럽게도 법안을 취소하고 (조기) 총선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총선으로 과반을 확보한 뒤 브렉시트를 재추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노동당 역시 조기 총선 실시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브렉시트 정국을 안정시키고 나서 조기 총선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디언은 “EU가 장기간 연기를 결정하면 존슨 총리는 선거를 추진할 수 있고, 노동당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제2국민투표

브렉시트가 최소 3개월 이상 연장될 경우 조기 총선과 더불어 제2국민투표가 실시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제2국민투표가 진행되려면 3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내년 1월31일까지 브렉시트가 연기되면 충분한 시간이 마련된다”고 내다봤다.

영국에선 지난해부터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하자”며 대규모 시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런던 중심가와 의회 밖에서는 대규모 시위대가 모여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제2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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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민들이 19일(현지시간) 런던 중심가와 의회 주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모였는지는 공식 집계되지 않았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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