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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시 확대” 대통령 연설, 커지는 ‘교육부 패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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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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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입 정시의 비중 확대로 교육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교육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선 대입개편 과정에서 ‘교육부 패싱’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 참석한 서유미 교육부 차관보는 기자들의 물음에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사전에 부처와 협의해서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통령 연설문에 담긴 정시 확대에 대해 교육부와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을 언제 알았나’는 물음에 서 차관보는 “직접 (나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 연설을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지난 7월 신설된 교육부 차관보는 사회부총리를 보좌해 사회정책을 총괄하고 부처 협력을 주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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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수시·정시 선발 비중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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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교육부 관계자들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정연설 전날인 21일 연설문을 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통령 연설 직후 교육계에선 대통령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엇박자’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이 “대입 공정성을 제고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선안을 마련해온 교육부는 수차례 “정시 확대보다 학종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시정연설 전날인 21일도 유 부총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시 확대 여부를 묻는 의원들에게 “학종 공정성에 먼저 집중하겠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을 계기로 당·정·청이 협의해온 방안과도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와 여당 의원들에 따르면 당·정·청 협의회에선 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개선, 고교 서열화 해소(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 상향 등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에 따라 교육부가 목표로 잡았던 ‘2022학년도 대입까지 정시 30% 이상 확대’의 하한선을 상향하는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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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미래교육 한마당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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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2일 대통령의 연설에선 '전체 대학의 대입 정시 비율 상향'을 의미하는 것처럼 비췄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여당 의원은 “당내에서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50% 이상 확대', '수도권 주요 대학에 대한 별도 기준 설정' 등을 주장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하한선 상향에 합의했던 건 아니다”고 전했다.

그래서 교육계는 물론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이 ‘30% 이상’으로 잡았던 ‘정시 하한선’을 올리자는 취지인지, 기존 목표대로 대학들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건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의 김진경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연설에 대해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를 통해)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결정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를 의미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날 청와대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교육관계장관회의를 25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교육만을 주제로 장관들을 불러 회의를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 부총리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시 비중 확대뿐만 아니라 입시제도 개편 전반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을 두고 예상외로 교육계 안팎의 반발, 일선 학교와 학부모의 혼란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고 밝혔다.

천인성‧박형수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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