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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조국 보도 믿어? 개·돼지냐"…교사가 수업중 막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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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편향 강요…동의 안하면 일베로 몰아"

교장 "특정 견해 주입하는 교육 한 적 없다"

학생 사이에서도 의견 갈리는 분위기 감지

학생회장단 "학교를 정치적 이용하지 말라"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인호(오른쪽)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대변인이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학생수호연합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최 대변인은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사상주입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019.10.23.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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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김남희 수습기자 = 서울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 일부가 자교 교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학생들에게 특정한 정치색을 강요했다는 이유다. 학교 측은 그러나 특정 견해를 주입한 적이 없다며 학생들 주장을 부인했다.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교사들이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을 '일베', '개돼지'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학수연 대표 김화랑(18)군은 "그동안 학생들은 마루타나 다름 없었다"며 "적어도 의무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은 교사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정치적 기계로 개조돼 자라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헌고에는 정신적, 의식적, 사상적, 정치적 독재가 만연하고 있다"며 "오늘의 결의는 학생의 정치·의식·사상·이념 영역이 온전히 학생의 것임을 선포하고 모든 학생들이 정치 교사의 종속에서 스스로 벗어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학수연이 수집한 교사들의 '사상독재' 사례가 공개됐다.

실명 등 공개는 거부한 학수연 대변인 최모군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학생을 혼내 다음 수업 시간에는 현 정부가 좋다는 발언을 하게 하기도 하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믿는 사람들은 다 개·돼지라고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읽고 경제 하나는 잘 한 것 같다고 평가한 학생에게 수많은 다른 학생 앞에서 '일베'냐고 모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헌고 학수연은 최근 학내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반일 문구'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학생 조직이다. 단체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수연은 마라톤 대회에서 한 교사가 반일 문구가 담긴 선언문을 적으라고 강요하고, 이를 몸에 붙이고 달리라고 지시하면서 학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반발했다.

최군은 "반일사상 독재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조직이지만 친중, 페미니즘, 동성애, 난민, 탈원전 등 그간 묵인했던 그 모든 형태의 사상독재를 뿌리뽑고자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학생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학수연은 앞서 이같은 주장과 함께 감사에 착수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청원을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인헌고를 대상으로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나승표 인헌교 교장은 취재진에게 "특정 견해를 주입하는 교육을 한 적 없다"며 "마라톤 행사 관련 논란은 교육청의 지침을 중심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한 내용도 학생이 '조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발표하니 교사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고 얘기한 것"이라며 "일베냐고 물었던 것 역시 일베의 입장에 동조하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문제의 발언을 한 교사가 8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인헌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군과 최군의 발언 사이사이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학수연을 '태극기 부대'로 일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은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은 반대로 김군과 최군의 발언에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조국 전 장관 규탄 집회를 주도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의 김근태 대표가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인헌고 학생회장단은 학수연 기자회견 직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인헌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회장단은 "인헌고 내의 문제이므로 학내에서 먼저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생님의 잘못이 있다면 마땅한 조치가 있을 것이고 학생과 갈등이 있다면 대화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와 교육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학생회는 대의원회 소집, 공론화 자리 마련 등의 자치 노력을 기울여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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