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당신이 몰랐던 박나래···‘농염주의보’ 여성 연예인의 금기를 깨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 연예인도 성(性)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귀로 섹스를 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박나래(34)의 기합에 가까운 목소리가 객석에 울려퍼지자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지난 16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스탠드업 코미디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 연예인도 성(性)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농염주의보>는 박나래가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한 2시간 짜리 공연을 62분으로 압축한 것이다. ‘19금’을 내 건 코미디쇼답게 자신의 루머가 담긴 ‘지라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실제 연애 경험담, 성적인 농담과 욕설이 ‘비방송용’ 박나래의 입을 통해 쏟아진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블루스퀘어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나래는 “수위가 세서 은퇴하면 어떻게 하나 우스갯소리도 했지만, 개그맨이다보니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며 감회를 털어놨다. 그는 “이름을 건 무대에서 개그를 하는 건 모든 개그맨의 로망이자 꿈”이라며 “스스로는 아직 자격이 안 된다 생각했다. 소품도, 세트도, 파트너도 없는 무대에서 혼자 입담만으로 웃겨야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개그맨으로서는 정말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고 했다.

경향신문

박나래는 “공연 전 수차례 리허설을 거치며 너무 ‘센’ 이야기들은 빠지게 됐다”며 “다음 공연이 있다면 더 세게 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은 뭐 첫 번째니까”라며 ‘쿨’하게 웃었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왜 성을 주제로 선택했을까. 박나래는 “많은 분들이 스탠드업 코미디 하면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를 떠올린다”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그렇지만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국가가 나를 막았던 게 뭘까 고민했다.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 성적인 얘기를 쿨하게 터놓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성을 주제로 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호불호 갈리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 수 있으면 놀자라고 말하는데 놀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없지 않나. 다들 욕망이 있는데 참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박나래니까 하는 공연이라고 말해줘서 그게 제일 고마웠다”라고 덧붙였다.

무대에 선 박나래는 ‘여자 연예인’을 둘러싼 선입견을 하나 둘 무너뜨린다. 자신의 스탠드업쇼를 ‘섹스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여자 연예인이 섹스하는 거 8만8000원 주고 보려하면 양아치 아니니?”라며 호통치고, “여자 연예인도 웃통을 까야 되는 날이 와야 한다” 등 말에도 거침없다. 이 쇼 자체가 ‘여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하는 식의 사회적 통념에 대한 반란이다.

경향신문

박나래는 <농염주의보> 공연을 끝낸 감회에 대해 “소품도, 세트도, 파트너도 없는 무대에서 혼자 입담만으로 웃겨야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개그맨으로서는 정말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농염주의보>를 준비하며 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모두 찾아봤다는 그는 “정말 만나보고 싶고 감명 깊었던 무대는 아시아계 미국인 앨리 웡의 무대였다. 임신한 채로 성에 관한 얘기를 거침없이 하는 모습에 소름이 끼치더라. 나도 임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었다”고 전했다.

“여러분, ‘여자가 어쩌고 남자가 어쩌고’ 세상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뭐 합니까.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시원하게 하고 싶은 거 합시다!” <농염주의보>는 박나래의 시원한 외침으로 끝난다. 이는 10년의 무명생활을 거친 그 자신과 후배 개그맨들에 대한 외침이기도 하다.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나래는 10년의 무명생활을 거쳤다.

“2016년 MBC <무한도전>에서 ’여성 예능인의 부재’라는 주제로 토론을 할 때 저와 김숙씨가 출연한 적이 있어요. ‘왜 여성 연예인이 부재라고 생각하냐. 안 웃기니까 못 나오는 거 아니냐’는 댓글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비난으로 느끼진 않았어요. 불과 3년 전인데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예능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세상이 확실히 바뀌었어요. 안 웃긴 게 아니라 기회가 없어 못 웃기는 친구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좀 더 스스로를 내려놓고 자신있게 도전하라.”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