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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신문 배달 소년이 발견한 1500년전 가야 ‘말 갑옷’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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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발굴된 함안 마갑총 유물

5세기 철기 제작기술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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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마갑총 출토 말갑 옷 및 고리자루 큰 칼(김해박물관). [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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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6월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당시 지명) 아파트 건설현장. 공사가 한창인 주차장 부지를 지나던 신문 배달 소년이 독특한 모양의 녹슨 쇳조각을 발견했다. 소년은 이를 신문지국장에게 알렸고 지국장이 이를 신고해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현재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긴급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4년 6개월간 보존처리를 거쳐 드러난 쇳조각들의 정체는 말 갑옷(마갑·馬甲)이었다. 비늘 같은 쇳조각 450여 개를 연결한 것으로 길이 226~230㎝, 너비 43~48㎝다. 쇳조각들은 보호 부위에 따라 크기가 서로 달랐고 줄을 꿰는 구멍도 정교했다. 질서정연한 비늘 연결 상태는 철의 나라, 아라가야의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최초로 온전하게 발굴된 말 갑옷이었다.

이 공로로 당시 중학생 신문 배달 소년이던 이병춘(44)씨와 사학과 출신의 신문지국장 안삼모(57)씨는 지난 5월 경남도지사상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23일 함안 마갑총(馬甲塚) 조사 때 발굴했던 말 갑옷 및 고리자루 큰 칼을 비롯한 가야문화권 출토 중요 유물 5건에 대해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말 갑옷과 고리자루 큰 칼은 당시 무덤 주인공 좌우에 하나씩 매장됐던 것으로 함께 나온 여러 유물에 대한 연구 결과, 5세기 아라가야에서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에서 말 갑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삼국이 서로 영토 싸움을 벌이던 4~6세기다. 이 시기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됐지만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것은 극히 드물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황정연 연구사는 “마갑총 외에 5세기 신라 유적인 쪽샘지구 10호 목곽묘에서 출토된 것 정도만 원형을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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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마갑총 출토 당시 모습. [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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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갑총 마갑은 말머리를 가리는 투구, 목과 가슴을 가리는 경흉갑(頸胸甲, 목가슴드리개), 말의 몸을 가리는 신갑(身甲)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또한 함께 나온 고리자루 큰 칼은 철을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모양을 만들고 철제 위에 무늬를 새기는 기법이 고루 적용돼 가야인들의 철 조련 기술, 공예기법 수준, 조형 감각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동북아에서 철제 무구와 중장기병 전술이 확산하는 양상과 높은 수준의 철기 제작기술이 개발되고 교류된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점 등에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합천 옥전 고분에서 출토된 금귀걸이 3쌍과 큰 칼들도 보물 지정 예고됐다. 이 중 옥전 28호분 출토 금귀걸이 한 쌍은 1985~1986년 경상대 박물관의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것으로, 현존하는 가야 시대 ‘긴 사슬 장식 금귀걸이’ 중 가장 화려하고 보존 상태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사슬고리나 S자형 금판고리를 연결하여 기다란 형태를 만드는 독창적 기술은 당대 신라나 백제와 다른 가야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며 5세기 후반~6세기 일본에도 영향을 끼쳤다.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는 가야귀걸이 양식의 가장 특징적인 양식인 가늘고 둥근 주고리아래 속이 빈 공 모양의 장식을 달고 그 아래 심엽형(나뭇잎 모양) 장식과 마지막으로 산치자 열매 모양의 입체형 장식을 달고 있다.

옥전 M6호분 출토 금귀걸이는 출토지와 발견 위치, 함께 출토된 유물이 확실해 고고학적 맥락이 뚜렷하고 현존하는 가야 산치자형 장식을 가진 금귀걸이 중 상당히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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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옥전 고분에서 나온 가야시대 금귀걸이들. 왼쪽부터 각각 28호분, M4호분, M6호분에서 출토.[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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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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