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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찔린 동료경찰 보며 만들었다, 총 막고 빛 쏘는 스마트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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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민안전 발명챌린지 시상식에서 경찰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스마트방패. 총알에 맞아도 뚫리지 않는다. [강종원 서울지방경찰청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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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어느 불 꺼진 지하 고시원. 갑자기 복도에서 튀어나온 용의자가 경찰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에서 기습 공격을 당한 경찰관은 속수무책으로 칼에 찔렸다. 다행히 근육 쪽에 칼이 들어가 생명을 잃지는 않았으나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병원에 누운 동료를 보며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장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6년째 대테러 임무를 수행 중인 강종원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경위의 이야기다.

23일 경찰청‧소방청‧특허청‧해양경찰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9 국민안전 발명챌린지 시상식’이 인천에서 열렸다. 치안과 재난 안전 분야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공모전으로 강 경위의 ‘스마트방패’가 경찰 분야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5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스마트방패는 기존 방패와 다르게 투명하다. 잘 깨지지 않아 유아용 선글라스에 주로 사용되는 일반 폴리카보네이트보다 더 내구성이 뛰어난 압축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다. 가운데에는 방탄 필름을 넣어 사냥용 엽총도 막을 수 있다. 기존 방패 무게가 5kg인데 비해 스마트방패는 1.5kg 정도여서 한 손으로 들기에 부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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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원 경위가 스마트방패에 부착된 고강도 라이트를 용의자 얼굴에 쏜 후 방패로 미는 훈련을 하고 있다. [강종원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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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방패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잡이 스위치를 누르면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고강도 라이트도 켤 수 있다. 낮에도 이 빛을 보면 눈이 부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강 경위가 여러 차례 훈련한 결과 칼을 든 용의자 얼굴에 빛을 쏜 후 멈칫하는 순간 방패로 밀면 일차적으로 공격을 차단할 수 있었다. 2인 1조로 현장에 출동하므로 다른 경찰관은 이때를 이용해 용의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 삼단봉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서 과잉진압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게 강 경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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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방패에 테이저건을 부착해 쏘는 모습. [강종원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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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에는 테이저건을 장착할 수도 있다. 강 경위는 “칼 휘두르는 범인을 보고 경찰이 뒷걸음질 쳤다는 뉴스나 암사역 칼부림 사건처럼 테이저건을 제대로 쏘지 못해 범인을 바로 제압하지 못했다고 경찰이 뭇매를 맞을 때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패가 있으면 일단 칼이나 총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할 수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안전이 담보된 상황에서 집중해서 테이저건을 쏘니 명중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경위는 “이를 통해 시민의 안전도 더 잘 지킬 수 있고, 적은 숫자의 경찰관이 출동해도 되니 치안 공백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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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원 경위가 23일 '2019 국민안전 발명챌린지 시상식'에서 스마트방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종원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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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챌린지에 뽑힌 24개의 아이디어는 특허‧기술 전문가의 컨설팅과 고도화 과정을 거쳐 국유 특허로의 권리화 절차를 진행한다. 강 경위는 최초 발명자로 이름만 남는다. 그는 “처음부터 돈을 바라고 새로운 방패 제작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해마다 근무 중에 칼에 찔려 순직하는 동료들이 꼭 생긴다. 그런 일만 사라진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굴된 아이디어들은 기술 이전협약 후 실제 상용화된 제품으로 만들어져 치안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앞으로도 치안 분야 지식재산 발굴에 꾸준히 관심을 높이겠다”며 “국민안전 발명챌린지가 국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실현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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