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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갈색병' 퇴출 결정…페트 맥주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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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연말까지 갈색 맥주 페트병 퇴출 대책 마련해야

음료 및 소주는 투명화 작업 착수

맥주는 맛 변질 우려에 투명화 쉽지 않아

페트 맥주 판매 비중 줄고, 발포주 인기에 단종 고려도

이데일리

‘클라우드’(왼쪽)와 ‘피츠’ 페트병.(사진=롯데주류)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까지 재활용이 힘든 기존 갈색 맥주 페트병을 퇴출해야하기 때문이다.

갈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바꿀 경우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류업계는 아예 단종까지 고려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오는 12월 투명 페트병과 맥주 품질의 상관관계에 대한 환경부 연구용역 결과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3일 주류·음료업계와 환경부에 따르면 관련업체들은 연말부터 유색 페트병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음료업계는 일찌감치 기존 유색 페트병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초록색 페트병을 사용하던 ‘밀키스’ 용기를 투명으로 바꿨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일반 사이다보다 탄산이 강한 ‘스토롱 사이다’를 선보이면서 아예 무색 페트병으로 출시했다. 초록색 페트병으로 사이다의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 온 브랜드 입장에선 과감한 결정이었다.

코카콜라 역시 올 초부터 탄산수 ‘씨그램’에 투명 페트병을 적용했다. 사이다와 같이 초록색 페트병을 사용하던 ‘스프라이트’도 투명으로 바꾸고 이후 출시한 ‘씨그램 THE 탄산’도 처음부터 투명 페트병에 담았다.

주류업계도 초록색 소주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효주인 맥주와 달리 증류주인 소주는 상대적으로 직사광선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소주 ‘참이슬’의 페트병 제품 4종을 모두 무색으로 바꿨다. 롯데주류 역시 ‘처음처럼’을 순차적으로 무색 페트병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맥주다. 발효주인 맥주의 특성상 투명 페트병으로 바꿀 경우 제품 변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 중인 페트병 맥주의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일반 페트병과 달리 맥주 페트병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3중 구조로 돼 있다. 페트와 페트 사이에 나일론 차폐재를 넣어 외부 산소 유입을 막고 있다.

또 갈색으로 만들어 직사광선을 막고 있다. 햇빛을 차단해 맥주의 주원료인 홉의 단백질 성분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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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페트병에서 투명 페트병으로 바꾼 코카콜라 ‘스프라이트’.(사진=코카콜라)


현재로선 대체품이 마땅치 않아 환경부도 맥주 페트병을 다가오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이는 유예기간을 준 것일 뿐 연말까지 별도의 퇴출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주류업계에선 아예 페트병 맥주 생산 중단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페트병 맥주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엔 편의점을 통해 일명 수입맥주 ‘4캔 1만원’ 행사가 일반화됐다. 이에 더해 맥주보다 저렴한 발포주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페트병 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소매점 유통판매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맥주 매출(6970억7100만원)에서 페트병 맥주 매출(1430억1100만원) 비중은 20.5%에 달했다. 그러나 2분기엔 전체 맥주 매출(8039억5100만원)은 늘었으나 페트병 맥주 매출(1484억5500만원)은 크게 변하지 않아 18.4%로 비중이 낮아졌다. 환경부는 페트병 맥주 비중을 전체 16%까지로도 낮춰 보고 있다.

반면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로 연 발포주 시장은 연간 2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필라이트는 출시 892일 만에 누적 판매 7억캔을 돌파했다. 오비맥주 역시 지난 2월 발포주 ‘필굿’을 출시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캔 맥주 소비량이 압도적이고 일반 식당이나 유흥 채널에선 병맥주만 찾는다. 페트병 맥주는 대학생들의 MT 장소에서나 소비되는 정도였는데 이마저도 발포주가 그 시장을 대신하고 있다”며 “만약 페트병 교체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 아예 단종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페트병 맥주의 매출 비중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환경부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가 투명 페트병으로 맥주를 얼마나 오랜 기간 유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는 오는 12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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