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北 '김정은-트럼프는 각별한데'…정상 친분 강조하며 대미압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에 '새 계산법' 촉구…실무협상 접고 3차 정상회담 직행 의지 분석도

北 당분간 대화기조 유지하며 ICBM발사 등 고강도 도발은 없을 듯

연합뉴스

3차 북미정상회담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을 다시 강조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해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화해 분위기의 동력인 '정상간 궁합'을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결단해 자신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적어도 연말까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 정도의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24일 담화에서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조미(북미)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며 입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취재진과의 문답 중 "나는 그(김 위원장)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며 "나는 그를 존중하고 그도 나를 존중한다"고 말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반응한 것이다.

김 고문은 이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가 굳건하고 신뢰심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달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확인한 북한이 역시 믿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뿐이라고 판단하고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무협상은 건너뛰고 김정은과 트럼프의 담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을 얻어내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실무협상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스웨덴 측에서 조만간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초청장을 보낸다 했으니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압박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연말'도 또 언급됐다. 이는 내년 미국 대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인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말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스톡홀름 협상 결렬 뒤 성명에서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성명 발표하는 김명길…"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스톡홀름 AP/교도=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ymarshal@yna.co.kr



한편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그의 참모진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략도 여전했다.

김계관 고문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그간 거부감을 드러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북한의 압박에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혹' 탄핵 조사에 직면하는 등 궁지에 몰리면서 북한과의 협상 진전을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북한과 나쁜 합의를 했다가는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당분간은 협상도 도발도 없이 북미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