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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파 거물’ 블룸버그, 내년 미국 대선 레이스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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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주 민주당 경선 출마 신청서 제출... 트럼프 “리틀 마이클, 실패할 것” 조롱
한국일보

미국의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8일 앨라배마주 민주당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하며 내년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진은 지난 5월 30일 뉴욕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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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미디어기업 블룸버그통신 사주인 마이클 블룸버그(77) 전 뉴욕시장이 예상대로 내년 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앨라배마주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관리위원회에 대선 경선 출마 서류를 낸 것이다. 온건 중도 성향 거물로 꼽히는 그가 가세함에 따라, 그동안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무소속ㆍ버몬트) 상원의원 등 ‘빅3’ 중심으로 진행됐던 민주당 경선도 이제 ‘4파전’으로 재편될 공산이 커졌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앨라배마주 경선 신청 마감일인 이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일단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주요 주(州)에서 예비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슈퍼화요일(2020년 3월 3일) 또는 그 이후에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주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앨라배마주 역시 슈퍼화요일에 경선을 치른다.

다만 블룸버그는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은 하지 않고 있다. 마감 시한 때문에 일단 앨라배마주에 경선 출마 신청서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최종 결심을 굳힌 건 아니며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날 서류 제출은 “대권 도전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게 미 언론들의 해석이다.

블룸버그가 사실상의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역으로 앨라바매주를 택한 건 ‘현실적 고려’ 때문으로 보인다. 슈퍼화요일보다 먼저 경선이 있는 4개 주(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경쟁 후보들이 이미 오랫동안 터를 닦아 놓은 터라 ‘한발 늦은 참여’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수석전략가인 하워드 울프슨은 “4개 주에선 다른 후보들이 큰 스타트를 했다.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출마한다면 슈퍼화요일이나 그 이후 프라이머리를 하는 주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블룸버그는 올해 초에도 민주당 경선 출마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지난 3월 예상과는 달리,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꺾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통과가 힘들 것”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한 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도록 민주당을 막후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절대 강자’ 없이 흘러가는 가운데, 뚜렷한 진보 성향을 앞세우는 워런 상원의원이 점점 상승세를 보이자 블룸버그는 결국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같이 중도 성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에 ‘이대로는 트럼프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워런 의원의 급진적 공약에 반대하며 돌아서는 중도층의 표심을 붙잡으려면 본인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블룸버그의 경선 레이스 합류는 민주당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의 출마 신청서 제출 소식에 “환영한다. 마이클은 올곧은 친구다. 과연 그가 어디로 갈지 지켜보자”고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의 출마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후보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부자 증세’를 주장해 온 워런 상원의원과 샌더스 상원의원 등 중도좌파 주자들은 민주당의 진보적 공약 채택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규정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민주당 내 진보 그룹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훨씬 커진 지금, 중도를 내세우며 후발주자로 나선 블룸버그의 파괴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블룸버그를 ‘리틀 마이클’이라고 조롱하면서 “그는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에게 잘 해낼 마법은 없고, 잘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는 실제로 바이든에게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틀 마이클보다 더 (본선에서) 붙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오랫동안 마이클 블룸버그를 알았고, 그는 과거 트럼프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됐다”고 깎아내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